가야산 돌탑의 주인공! 통장님은 숲길체험지도사

광양시지에 따르면 중마동은 1989년 1월 1일 전라남도 광양지구 출장소가 동광양시로 승격됨에 따라 행정운영 등의 설치를 위해 그전의 중동과 마동의 첫 글자를 따서 중마동이 됐다고 전해진다. 중마(中馬)동의 의미는 두 개 동이 복합적으로 합쳐 명명한 지명이라 여러 가지 뜻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직역하면 ‘복판으로 달리는 말’을 뜻하고, ‘날로 번창하는 마을’ 또는 ‘중심고을’이라는 의미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막걸리와 함께 중마동 중 32통을 찾았다.

유용재 통장을 만나기 위해 마동근린공원 내 우산각으로 향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라면 더 없이 좋은 만남이었겠지만, 유 통장의 일과가 너무 바빠 취재를 위해 시간을 조금 내는 것으로도 벅찼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을 잊을 정도로 그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어르신들 모시고 하려면 다른 날로 잡을 걸 미안하게 됐습니다”

유 통장은 올해 12월을 마지막으로 6년간의 통장직을 마무리한다. 유 통장은 ‘가야산 가꿈이’로 불리며, 지난 2015년도 중마동 통장협의회장을 수행한 적도 있다. 현 중부의용소방대 대장이기도한 그는 중마동에서 꽤나 유명인사다.

▲ 유용재 중마동 32통장

유용재 통장은 혼자 힘으로 가장 처음 가야산 둘레길을 조성했던 사람이다. 물론 지금 확장 공사 등으로 인해 당시보다는 조금 편해졌지만 그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둘레길의 모습은 또 달랐을지도 모른다. 산림조합 소속의 숲길체험지도사이기도 한 유 통장은 가야산 둘레길 확장 공사에 지금도 많은 기여를 하는 중이다.

유 통장의 놀라운 이야기는 하나 더 있다. 가야산을 올라 본 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봤을 무수히 많은 ‘돌탑’ 역시 유용재 통장 혼자 쌓아올린 것이다. 크기와 높이는 제각각이지만 가장 큰 것은 5미터가 넘는다는 말도 있다.

유 통장은 “저는 광양을 진짜 좋아합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인데 안 좋을 게 있겠어요. 그래서 공덕을 기리기 위해 탑을 쌓기 시작 했습니다”라며 “그렇게 쌓다보니 어느새 89개가 넘어 갔습니다. 백운산에 있는 것도 제가 쌓았고 각 탑마다 이름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한 등산객은 가야산을 오르다 돌탑을 보고 ‘이게 사람 혼자의 힘으로 가능한 일인가’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하니 유 통장이 그간 얼마나 공을 들여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것인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유 통장은 ‘가야산 가꿈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가야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유 통장은 해마다 둘레길 주변 무연고 묘지를 벌초하기도 하고, 매일 가야산 둘레길을 돌며 확장공사 중인 인부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유 통장은 “둘레길을 조성한다 했을 때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했었지만, 처음엔 듣질 않았어요”라며 “하지만 공사가 자꾸 어려워지게 되니 저한테 연락이 오더라구요. 지금은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있죠. 제가 가야산은 정말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유 통장은 통장직을 한 달 남겨둔 요즘 한 가지 아쉬움에 밤잠을 설친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고, 어떤 봉사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고민은 다름 아닌 ‘마을회관’이다.

현재 마을회관은 32통 구역 내 사동발전협의회가 있는 3층 건물이다. 마을 어르신들은 물론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해야 할 마을회관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이든 어르신들은 인근 아파트 경로당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일부 주민들도 마을회관을 편히 이용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는 다소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다.

지난 2016년, 당시 32통 마을회는 ‘사동발전협회가 마을회관을 무단으로 등기 이전한 것은 무효’라고 호소하며 ‘사동발전협회’와 입장이 계속 엇갈렸다. 결국 당시 마을회와 사동발전협회간의 갈등이 극에 달해 고소‧고발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그런 큰 사건을 겪은 마을회관은 법정까지 간 끝에 현재 다시 32통 다목적회관으로 명칭은 변경됐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아직 ‘사동발전협’과 대화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아 마을회관 원래의 목적으로는 사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유 통장은 “함께 노력해서 마을회관이 증축되고 그럴 땐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구역 사람끼리 서로 싸우며 마음 상하고, 편갈리듯 갈라지게 되니 또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아프죠”라며 “늘 저 마을회관을 보면 뿌듯하면서도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말했다.

유용재 통장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임기에 하고 싶은 것이 남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는 한 달만 지나면 임기가 끝납니다. 이런 상황에 뭐 더 하고 싶은게 있겠습니까. 이런저런 일에 너무 바빠서 정작 했어야할 일들을 놓친 것 같은 기분도 있습니다만 그것 역시 제 잘못이죠 뭐. 나름 열심히 했지만 많이 부족했고, 또 앞으로 저보다 더 좋은 통장이 주민들을 다독여가겠죠. 우리 32통이 계속 발전해나가길 바라고, 모든 일이 다 원만하게 대화로 해결 되서 서로 다시 화합되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저는 쓴소리는 계속 할 생각입니다. 물론 제가 진행해온 일들도 스스로 마무리를 할 것 이구요”

스스로 정을 쌓아온 이웃과의 싸움은 누구나 마음 아픈 일일 것이다. 서로의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낳고, 그 오해는 결국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32통 주민들의 아픔과 갈등의 골이 하루 빨리 낫길 바란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