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서울병원 2내과 부장 김우종

광양서울병원 2내과 부장 김우종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우리사회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였습니다. 바둑계에서 인공지능의 활약은 이제 시작일 뿐 향후 인공지능은 여러 방면으로 응용되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것입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의료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모두의 관심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의 생각에는 인공지능 덕분으로 의료의 질은 높아지고 의료비용은 절감되어 환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 인공지능이 의료계에 적용 가능한 영역에 대해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의료계에서 익숙한 인공지능은 IBM의 왓슨입니다. 1년 전 가천대 길병원에서 암 치료에 도입되었던 왓슨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입니다. 최신 모든 문헌과 논문을 섭렵하고 관련 빅데이터를 등에 업은 왓슨은 지식분야에서는 이미 모든 의사를 능가했습니다. 환자의 정보를 입력하면 10초안에 처방까지 제시하는데 왓슨의 판단은 실제 종양의사들과 거의 비슷하였습니다.

자신의 생명에 관련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암 환자들은 공감능력이 있는 인간의사보다 대면할 수 없지만 합리적인 왓슨을 더 많이 선택하였습니다. 의사별로 들쑥날쑥한 치료법은 인공지능이 대두됨에 따라서 점차 표준화 되었고 기존의 대형병원으로의 암 환자 쏠림 현상도 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암 환자를 위한 여러 진료파트 의사들의 협진은 인공지능의 판단을 큰 축으로 하여 합리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천대에서 도입되기 시작한 왓슨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어서 가까운 미래에 여러분도 왓슨이 추천한 치료법을 접하시기 되리라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은 왓슨이 적용되는 종양내과 뿐 아니라 영상의학과, 병리과에서도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자와의 대면이 없이 엑스레이, CT, MRI, PET 영상을 판독하거나 병리 슬라이드를 보고 진단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진출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분야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진단이 빨라지면 환자의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인공지능의 장점은 현재까지 축적된 엄청난 의학지식을 갖추었다는 것과 사물 인터넷을 통하여 환자의 데이터를 계속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환자의 상태를 주치의보다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환자 몸에 부착된 스마트기기를 통하여 혈압, 혈당, 맥박, 심전도를 전송받고 환자의 위험을 예견하여 대비 할 수도 있습니다. 의사의 진료를 받는 일이 징검다리라면 인공지능의 환자 케어는 끊임없이 소통이 이루어지는 대교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환자에게는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앞에서 환자와의 대면이 없이 이루어지는 인공지능의 분야를 말씀드렸습니다만 인공지능이 진료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환자를 직접 대화하며 치료하는 일도 인간의사를 따라잡는 일이 멀지 않았습니다.

정신과 영역은 인공지능이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인 것처럼 보입니다. 환자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일은 복잡하고 정량화하기 어려우며 소통이 중요하므로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환자에게서 대화를 이끌어 내면서 대화 및 행동방식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날카롭게 분석하는 직관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연구에서는 환자들이 인공지능이 실제 정신과 의사보다 대화하기 편안한 상대라고 느낀다고 합니다. 이는 인간 의사가 자신을 평가한다는 부담감이 있는데 반하여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습니다. 환자의 부정적인 감정의 표현도 환자를 진단하는데 중요한 정보인데 인공지능 앞에서는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므로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모니터 안 가상의 인물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인공지능은 상대의 대화 내용, 목소리, 태도를 분석하여 감정을 파악하고 진단을 내립니다. 우울증이나 자살경향을 파악하는 능력이 인간의사에 못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환자의 정보를 분석하며 그 결과를 내놓으면 정신과 의사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일도 흔하게 될 것입니다.

섬세한 수술을 요하는 외과분야는 어떨까요. 현재도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미세수술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이는 실제 외과의사가 고해상도 카메라를 보면서 기구를 조작하면 로봇이 따라하는 정도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미 인공지능이 수술을 스스로 진행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는데 기존에 미세수술을 할 수 있는 다빈치 기술에 수술부위를 입체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는 센서의 발달 덕분으로 인공지능의 수술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은 외과의사보다 병변을 더 정확하게 절개하여 주변 조직에 불필요한 손상을 주지 않으며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외과의사와 협력하여 심장수술과 장기이식 같은 대수술까지 집도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왓슨이 종양치료의 표준화를 이끄는 것처럼 외과수술에서도 인공지능 덕분으로 외과의사, 병원 간에 실력 편차가 없어져서 가까운 병원에서 마음 편히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공지능은 인간의 건강한 삶에 큰 도움이 됩니다. 큰 병원에서 시작된 인공지능의 활약이 우리 지역 의료기관까지 전해지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장차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저도 여러분도 그 혜택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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