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광양 문화원 부원장

이종태 광양 문화원 부원장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생의 계획을 짧게 잡으라고들 한다. 너무 크게 욕심내지도 말며, 앞으로의 삶이 쉽게 변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 일 것이다. 어느 책에 50세 전후는 10년 계획이 좋다는 말이 있어, 나는 65세 되는 해 5년 계획을 세웠다.

국어국문학을 대학에서 4년간 공부 하는 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칠순에 다녀오는 일, 수필가로서 문인등록을 받는 일이 그것이었다. 다행이 세 계획을 모두 마쳤다.

인생을 살다보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도 마음먹은바가 노력한 만큼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함을 알기에, 나는 너무나 감사하다는 마음과 행복감에 젖어 또 다른 5년 계획을 생각하며 용기와 추동력을 얻고 있다.

요즘 벗들이나 지인들 사이에 나이가 들며 가져야할 삶의 자세에 대해 부쩍 지혜로운 충고의 말들을 인터넷에서 찾아 서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는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 하루를 지루하게 보내지 말라’라는 말도 있다. 무료함을 전제로 하는 배려일 것이다.

나는 5시 이전에 일어나 식사시간까지 신문과 책을 읽고, 식사를 한 후 차 한 잔을 마시며 뉴스나 드라마를 잠깐 본다. 이틀 단위로 2시간 산행을 하고, 틈을 내 벗들과도 만나며 농사일도 하고, 여타시간은 독서나 글쓰기를 한다.

내가 이렇게 비교적 규칙적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것은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일상에서 무료함을 느끼기보다는 바쁜 하루가 삶의 활력을 유지하고 노쇠를 늦추는 길이라고 믿고, 스스로 그렇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주위 분들의 생각이나 의사결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지금까지 보여준 지식이나 사회경륜, 인격보다는 현재의 건강상태나 스스로 느끼는 행복감이 합리적 생각이나 아름답고 호의적인 말들로 이어짐을 발견하곤 한다. 나는 바쁜 일상이 주는 긴장감에서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힘을 느끼고 산다.

나이가 들면 우리 같은 범인들은 지식의 양보다는 얻은 지식의 올바른 이해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책을 뒤척이거나 산길을 걷다 느껴보는 생각들을 비망노트에 적어 두었는데 다음에 읽은 어떤 책에서 나와 같은 생각이 적힌 글을 발견 할 때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생각하고 이해하며 지향하는 그 끝이 공감을 통해 만났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옛날 선비들은 자기의 뜻이나 욕망을 표현하고 싶은 글쓰기보다 그저 좋은 글들을 기쁜 마음으로 읽기를 소망하였다. 글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한번 쓴 글은 말과 달리 고치거나 지울 수 없어 그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 또한 10여 년 이상 글을 읽기만 하였다. 그 뒤“독서는 쓰기로 완성된다.” 는 글을 읽고, 조금 더 깊이 인생과 삶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고자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일상에 바쁜 분들에게 소중한 생각과 글들을 찾아 조금은 쉽게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도 가져보았다.

글을 읽을 때에는 공감과 배우는 마음이 갖는 충만감으로 편안함을 느끼지만 글을 쓰다 보니 생각이 복잡해지고, 열의나 의도에 미치지 못하는 글귀들을 대하며 아쉬운 마음을 항시 경험한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남이 보지 못하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소중한 그 무엇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나, 나름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드리고 있다.

인생이 바뀌는 극적변화는 큰 사건이 아니라 스스로가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일상의 작은 습관들이 쌓여서 이루어지는 것 같다. 그저 큰 뜻 없이, 쉰둥이로 태어나 노부모님과 방을 같이 쓰다 간접흡연으로 기관지가 나빠져 산을 즐겨 찾게 되었다. 37년간 농민을 주인으로 모시다가 퇴직 후 농민을 이해한답시고 무작정 농사를 지었다. 이웃 밭 허리 굽은 두 노인네가 하도 안쓰러워 헌시(獻詩)한번 써보자고 국어국문학을 늦게나마 공부하였다. 내 딴 이모든 행동에는 선함과 정직함과 성실함이 연결되어 준 것도 같다. 돌이켜보니 꾸벅 뚜벅 걸어온 이 모든 습관들이 지금에 와서 들어보니 지구력과 근력을 키워주고 치매 에방은 물론 모든 건강에 좋다고들 하고, 무엇보다 행복감을 키워주고 있다.

나에게는 행운이며, 참 고마울 따름이다. 분명 “좋은 습관은 덕”이라는 말이 맞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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