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을 주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사방이 컨테이너다. 여기를 둘러봐도 공사현장이고, 저기를 둘러봐도 공사현장이다. 지난 2007년부터 추진해 온 광영‧의암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5년 착공에 들어갔다.

▲ 현재 한창 공사중인 의암마을.

공사현장 너머로 몇몇 세대가 남아 불빛을 밝히고 있다. 구름이 가득해 날이 흐린 날, 꺼지지 않은 작은 불씨를 확인하러 막걸리와 함께 의암마을을 찾았다. 신금산업단지와 더불어 다소 삭막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는 이곳은 가까이서 보면 그 안에 따뜻한 불씨를 내내 살려두고 있다.

광양시지에 따르면 의암마을은 당시 마을 앞 바위가 마치 여인네가 치마를 입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것에 연유해 의암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위쪽에 있는 마을을 웃-옷바구 즉 상의라 했고, 아랫마을이 하의라 불렸다. 월앙동은 토끼가 달을 쳐다보는 형국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정자마을은 새로 형성된 마을에 정자나무가 있어 정자마을이다. 의암마을은 이 4개의 자연부락이 합쳐진 도농복합마을로 직장을 다니는 주민들 외에 벼‧매실 등의 농업이 주소득원인 주민들도 많다.

▲ 옥곡면 신금리 의암마을 박상주 이장

지난 11년 동안 의암마을 주민들을 이끌어온 박상주 이장은 차분한 타고난 부지런함으로 마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이장직을 수행해왔다. 옥곡면 행복패트롤단 독거어르신 집수리 봉사활동은 물론 농촌 일손 돕기, 김치 담그기 봉사활동에 이어 각종 캠페인 참여 등 지역발전과 주민의 화합을 위해 노력한 점을 높게 평가 받아 지난달 29일에는 2017년 하반기 모범 이‧통장으로 선정돼 시에서 표창패를 수여받기도 했다.

박 이장은 “의암지구 개발이 추진되면서 젊은 층이 나서서 마을을 이끌어 달라 주민들이 요청했어요. 이전에 이장직을 수행했던 경험도 있어 몇 년간 이끌어보겠다고 나섰는데 벌써 11년이 됐네요”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박 이장은 “의암마을은 늘 온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 한뜻이이에요. 개발이 예정돼 다른 지역으로 임시 이주를 해야 했을 때도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부영 본사인 서울까지 찾아가 우선권을 받아냈죠. 그 결과 부영아파트가 준공되자마자 지금까지 97세대가 함께 모여 살고 있어요”라며 “늘 문자메세지를 활용해 부영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남아있는 주민들이 함께 마을 일을 의논하며 끈을 놓지 않고 있죠”라고 마을의 자랑으로 주민들의 단합과 소통을 꼽았다.

박 이장은 이어 “우리 마을은 매년 ‘의암마을의 날’ 행사를 진행해왔어요”라며 “행사 때는 내‧외빈을 모시고 노래자랑도 하고, 각설이 공연 등도 함께 봐요. 뷔페도 불러서 주민들과 다 함께 식사도 하구요”라고 덧붙였다.

▲ 임시 의암마을회관

현재 의암마을은 임시마을회관을 짓고 마을 주민들과 회의를 진행하거나 어르신들의 휴식처로 활용하고 있다. 가장 늦게 철거한 마을회관이 없어진 이후, 어르신들은 약 1년간 임시 컨테이너를 이용했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컨테이너 안이 너무 더워 어르신들이 힘들어하자 박 이장의 건의로 작년에 임시마을회관을 짓고 사용 중이다.

박 이장은 “요즘에는 임시마을회관 근처에 500여평 정도 꽃밭을 가꿔 양귀비나, 코스모스 등을 연작으로 심곤 했죠. 앞으로 시와 면의 도움을 받아 더 확장할 예정이에요”라며 “저는 토박이라 의암마을에 애착이 많이 가요. 그래서 도시개발이 다 완성돼서 다시 주민들이 모여 살 때 더 아름다운 마을, 소통과 화합된 모습으로 웃음이 넘치는 마을이고 싶어요”라고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또한 “신금산단과도 원활한 소통으로 서로 상생하고 싶어요. 아직은 잘 안되지만 계속 노력할 겁니다. 마을과 산단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박 이장은 끝으로 “한창 개발 중이고 알아서 잘 해줄 것이라 믿지만 공사가 진행될 때 도시가스 등도 한꺼번에 진행돼서 주민들이 이후에 두 번 세 번 이어지는 공사로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조심스럽게 시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 했다.

▲ 주민들을 기다리는 버스 임시승강장.

의암마을의 겉모습은 앞서 말한 것처럼 한창 개발 중인 모습으로 삭막하다. 하지만 매번 이어지는 박 이장의 문자와 마을 조직들의 원활한 연계 등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주민들을 단단히 묶고 있다.

의암마을은 예전에는 200세대가 넘기도 했지만 현재는 약 97세대가 광영동 부영아파트에 모여 살고, 나머지 47세대 약 120여 명의 주민들만 남아있다.

주민들은 기다린다. 하루 빨리 도시개발이 완성되기를, 하루 빨리 온 마을 주민들이 다 함께 다시 모여 살기를. 멀리 윗마을에 남아있는 주민들의 집에서 따뜻한 불빛이 은은하게 흘렀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