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일하면 사람이 부지런해져”

어떤 아파트가 있다. 아랫집 윗집은 물론 바로 옆집의 일도 무관심하다는 아파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주민들은 자발적인 참여와 재능기부로 함께 자치행사와 추진사업, 기부 등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몰래산타‧송마로 가든팜‧편백나무 심기‧마로산성 둘레길 가족 걷기 등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꿈사랑작은 도서관에서는 각종 프로그램들이 진행돼고 있다. 공동체도 남다르게 활성화돼 배구‧통기타‧배드민턴‧미싱‧바리스타 등 각종 동호회도 활발하다.

▲ 광양읍 송보파인빌 7차 서석현 통장

총 867세대가 살고 있는 송보파인빌 7차 아파트는 지금까지 10개 이상의 수상실적을 거둔 아파트로 유명하다. 701동부터 704동까지, 705동부터 709동까지 담당하는 두 명의 통장과 임차인대표회의, 부녀회, 노인회 등이 소통과 화합을 통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중 705동부터 709동까지 442세대를 이끌고 있는 서석현 통장을 만났다.

서석현 통장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통장직을 수행한지 3년차에 접어들었다. 올해 6월에 임기가 끝나는 서 통장은 광양에서 경찰직을 34년간 수행하며 시민들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 왔다. 그는 정년퇴임으로 경찰직에서 물러나고 바로 몇 달 뒤, 송보파인빌 통장에 당선돼 다시 또 입주민들과 지역을 위해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 통장은 “젊었을 때 정말 안 해본 게 없어요. 처음 경찰 연수를 받는 도중에 나랑 맞지 않은 것 같아 그만두고 농사도 지어보고, 농협, 전매청, 도로공사 등에서 일했어요. 그러다 결국 다시 경찰직을 시작했고 징계 하나 없이 정년퇴임 했죠”라고 말했다.

서 통장은 “퇴임하고 보니 아파트 통장선거를 한다면서 후보를 모집하더라구요. 집에만 있으면 뭐합니까? 마지막 날 신청하고 선거를 통해 당선 됐죠”라며 “선거 공약으로 블록공장 쪽 진입로가 협소해서 도로 확‧포장을 하겠다 했었죠. 당시에 남해오네뜨 아파트도 들어서 통행량이 늘어나 더 복잡했어요. 지금은 2차선으로 확장 공사 중이고 내년쯤 완공된다고 해요”라며 가장 보람된 일로 공약을 지킨 것을 꼽았다.

서 통장은 “경찰 일을 오래 해 와서 뭐 힘든 일은 없어요”라며 “소일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죠. 그러다보니 광양읍 이장협의회 총무 일도 맡게 됐고, 지난해 하반기 모범 이‧통장으로 선정돼 표창도 받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 송보 꿈사랑 작은 도서관에선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경로당의 어르신들은 물론, 지나가는 주민들과 관리사무소까지 그가 만나는 사람마다 축하를 건넸다. 서 통장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해온 것인데 이들의 축하가 마냥 부끄럽기만 하다.

서 통장은 “우리 아파트는 진짜 입주민들이 잘 따라와요. 허형채 임차인대표가 워낙 잘해서 저는 그냥 조금 돕는 정도죠”라며 “광양시에서 아파트 마을공동체가 이렇게까지 활발한 아파트는 없을거에요”라고 송포 7차의 자랑을 시작했다.

서 통장은 이어 “작년 식목일쯤 1인 1주 편백나무심기를 해서 아파트를 따라 뒤편에 쭉 편백나무를 심었어요. 나무가 다 자라면 또 얼마나 친환경적인 모습일지 생각만 해도 뿌듯하죠. 각 나무마다 심은 입주민들의 이름도 다 달려있어요. 저도 두 그루를 심었구요”라고 덧붙였다.

▲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의 민화투 한판

서석현 통장은 “아무래도 봉사활동이나 캠페인 등이 많은데 곳곳에 많은 참여를 하지 못해 늘 미안해요”라며 “주민과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통장의 기본인데 그럴 땐 정말 몸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며 남다른 봉사정신을 뽐내기도 했다.

서 통장은 “남은 임기동안 709동 뒤에 소규모 저수지가 있어요. 뚝에 풀을 다 베어내고 시의 지원을 받아 꽃나무를 가득 심고 싶은 게 꿈 입니다”라며 “아파트라고 늘 삭막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게 하고 싶어요. 주민들이 지금처럼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길 바라고, 친환경적으로 변모해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 해야죠”라고 남은 임기에 대한 계획을 말했다.

오늘도 아이들은 꿈사랑 도서관에서 꿈을 키우고, 어른들은 동호회와 각종 자치행사들로 소통과 화합을 이어간다. 이웃과 함께하고, 지역과 상생하려 노력하는 서석현 통장과 송보 7차 입주민들은 끊임없이 또 다른 화합과 소통을 위해 고민하는 중이다.

▲ 광양읍 송보파인빌 7차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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