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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의 진화, 24시간 ‘편의점’의 하루컵라면 한 젓가락으로 우정 나누고
정아람 기자  |  ar0103@gyci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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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4  20: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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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한 국물로 언 마음 녹이는 21세기 사랑방

“자신이 살던 시골을 찾았다. 시골을 찾자마자 깜짝 놀란다. 바로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의 추억의 장소이자 영물이었던 왕소나무는 온 데 간 데 없고, 그곳엔 외양간만한 슬레이트 지붕의 구멍가게 굴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문구의 수필 <일락서산, 공산토월> 에 있는 한 내용이다.

외양간만한 슬레이트 지붕의 구멍가게도 어느덧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지금의 편의점이 됐다. 비록 겉모습은 변했을지라도 추억을 간직할 줄 아는 그 마음만은 여전한 광양읍사무소 건너편 한 편의점을 찾았다.

추억의 온상 ‘구멍가게’

현재 이 편의점이 있는 자리는 본래 작은 가게였다. 하지만 한창우(38)대표는 이 가게가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을 제대로 본 날이 거의 없다.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한 대표에게 가게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곳이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더니, 20년 후, 같은 자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세상 일 참 모른다”라는 심심한 소리로 입을 뗐다.

한창우 대표는 광주에서 태어났다. 8살 때 광양읍으로 이사를 왔고, 광양중, 효천고를 졸업했다. 대학 전공은 경영학. 극심한 청년취업난 시대에 전공을 잘 살렸다.

무심코 지나가면 그냥 보통의 가게이지만, 이 가게에는 특별함이 있다. 인근에 주택가와 학교가 있어 유동 인구가 많던 시절, 이 곳은 사랑방이자, 광양읍 소식통의 일 번지였다. 지금은 그 단골들의 손자손녀가 편의점을 찾으니 21세기의 새로운 사랑방이다.

▲ 학교 그리고 학원 또 학원을 오가는 학생들의 쉼 터. 편의점이다.

‘그리움’빼고 다 있는 곳

편의점에는 약 1만 7천여 개의 물품이 진열돼 있다. 건전지도 종류별로 있다. 사람보다 물건에게 힘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한 대표는 어머니와 번갈아가며 편의점을 지키고 있다. 손님 입장에서는 바코드를 찍어주고 계산을 하는 것이 한 대표의 주 업무처럼 보이지만, 편의점은 보이지 않는 일들이 더 많다. 물품 정리, 재고 조사는 기본이고 서비스 업무, 택배, 고지서 납부, 홈쇼핑 반품 등 24시간 편의점이지만 24시간이 모자라다.

한 대표는 “하는 업무는 많지만, 손님 대부분이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이웃들이다”며 “힘이 들더라도 항상 반갑게 찾아주는 단골손님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 송민성·함채민 학생에게 편의점은 배와 마음을 부르게 해주는 최고의 공간이다.

‘딸랑’ 편의점 문이 열린다. 방학을 맞이한 송민성·함채민(12)단골 손님이다. 이들의 꿈은 ‘편의점 사장’이 되는 것. 두 학생은 “라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 같다”며 “편의점 사장이 되면 맛있는 것을 실컷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생각만 해도 좋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편의점 사장이라는 어린 시절 누군가의 꿈, 그 꿈속을 걷고 있는 한창우 대표. 물품 정리와 재고에 지친 날일지라도 단골손님들의 ‘꿈’을 지켜주는 편의점 대표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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