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원했던 결혼이지만, 현실은 막막

“결혼 전에 다 겪는 일” 이라는 지인들

결혼을 한 달 앞둔 김 모(40)씨. 그는 오랫동안 결혼을 꿈꿔왔다. 홀로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회사 다니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자연스레 결혼이 늦어졌다. 김 씨보다 2살 어린 예비 신부는 지인의 소개팅으로 만났다. 참하고 나긋나긋한 예비신부의 모습에 김 씨는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을 결심했다.

‘결혼’이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진행은 쏜살같았다. 신혼집, 차, 혼수 등 눈 깜짝할 새에 모두 준비 완료가 됐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다보니 주변에서는 폭풍 같은 축하 인사가 쏟아지지만, 이상하게 김 씨는 기쁘지가 않다. 청첩장이 나왔지만, 주변인들에게 아직 돌리지 못했다.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이 지속되다보니 도망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김 씨는 “상견례와 혼수준비 할 때는 그저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신체적으로 힘들어서 지치나보다 생각했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감이 커지는 듯하다”고 주변에 이러한 감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지인들 모두 “배부른 소리하지마라”며 “결혼 전에 누구나 다 겪는 그런 과정일뿐”이라고 치부할 뿐이다.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지인들의 무성의한 대답에 김 씨는 더욱 더 답답하기만 하다.

의료계에 따르면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와 신랑 중 일부는 가벼운 우울증이나 심리적 불안, 스트레스 등을 겪게 된다.
하지만 우울증이 심하거나 불안해진다면 ‘메리지블루’일 수 있다. 메리지블루는 결혼 전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결혼 전, 예비 부부 누구나가 가벼운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다만,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감정의 원인에는 차이가 있다.

여자의 경우 배우자에 대한 불확실성, 시댁과의 갈등이 가장 크다면, 남자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경제적 부담감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보통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약하고 불안수준이 높은 사람들에서 더 잘 나타난다. 이러한 우울증은 결혼이 결정되고 준비가 구체화되는 시기에 발생하며 결혼 직후 바뀔 생활환경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생길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심해지면 잠이 잘 오지 않고 기억력도 떨어지면서 뭘 해도 흥미가 없고 의욕이 없는 무기력증에 빠지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 대개 이정도가 되면 결혼 자체에 대해 회의가 들면서 판단이 흔들리고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 또는 ‘일을 크게 그르칠 것 같다’는 극단적인
불안감에 어디론가 도망쳐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 씨는 청첩장을 바라보며 계속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최근에는 너무 답답해서 여수로 훌쩍 떠나서 일몰을 보고 왔다”며 “찬바람을 맞아도 도무지 기분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상담사는 “일단 가벼운 우울감 정도라면 결혼 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으로 이해하고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며 “결혼우울증 상태에서는 계속 판단에 확신이 서지 않고 비관적인 쪽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안심시키고 중요한 판단은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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