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 그저 열심히!

1990년부터 입주를 시작해서 약 27년 된 아파트. 입주민들이 20년 넘게 함께 살아오다보니 아 파트에 대한 편견과 다르게 서로 가족처럼 끈끈하다.
항상 웃음이 넘치고, 이웃집 수저 개수까지 알며, 늘 함께 모인다.

▲ 광영동 12통 목우아파트 한지후 통장

목우아파트는 광영동 12통에 속해 있다. 목우아파트는 총 7동으로 이뤄졌는데, 104동은 없고 101동부터 108동까지 총 218세대가 살고 있다.
광영동 중심권이라 갖가지 인근에 편의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어 생활권도 편리하다. 광영동 12통 한지후 통장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인 목우아파트를 찾았다.

경로당을 찾기 위해 한 통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 오셨나요? 제가 바로 나갈게요” 올해로 이장직을 수행한지 3년차에 접어든 한 통장의 첫인상은 인자하면서도 강단이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한 통장의 안내를 받아 경로당에 들어서자 어르신들이 반긴다. “아이고, 막걸리를 한가득 가지고 왔네” 한 통장이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한 상에는 아삭한 부추와 함께 먹을 순대와 깜찍한 토끼모양으로 깎은 사과가 올라왔다.

한 통장이 막걸리를 들고 휘휘 젓자 어르신 몇 명이 함께 잘 흔들어 섞었다. ‘아따, 맛나네’를 연발하며 한 통장과 어르신들은 막걸리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한 통장은 “통장은 원래 봉사하는 사람인데 할 이야기가 있나요 뭐”라며 “통장 선거를 할 당시 에 그저 어르신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출마 했어요”라고 통장 선거 당시를 이야기 했다.

이어 “공약은 없었어요. 정치인들 공약 내세우고 당선 되서 안 지키고 이러는 것 보고 지키지 못 할 약속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을 했죠”라며 “어르신들 찾아다니면서 그저 ‘열심히 하겠다’라는 말만 하고 다녔어요. 그게 또 어르신들 눈에는 예뻐 보이셨는지 당선이 됐네요”라고 덧붙였다.

어르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 통장의 칭찬에 나섰다. “이전 통장들보다 부지런흐고 착혀”, “하! 이전엔 일을 안해싸서 답답하드만은 지금 통장님은 너무나 열심히 허지”, “암만~ 착허고 일도 잘 헌께 우리는 믿고 따라가는 거이제. 다음에도 통장 나오믄 또 찍어줄라고”

한 통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늘 뭐라도 더 해드리고 싶은데 그게 매일 죄송해요”라고 말했다. 한동안 이어지는 칭찬에 그는 고개를 숙이며 부끄러워했다.

한 통장은 “제가 보기에 정말 어려운 분들이 많아요. 기초수급 등을 지원받게 해주고 싶어 이리 저리 발로 뛰어보는데 꼭 까다로운 기준 한 두 개가 안돼서 도와드릴 수 없을 때 너무 죄송하고 답 답하죠”라며 “그 와중에 그래도 제가 도움이 돼서 나라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면 또 그게 그렇게 행복하구요”라고 말했다.

한 통장은 이어 “보다시피 저희 경로당도 원래 협소한데 확장 공사가 곧 들어가면 어르신들 공간도 넓어지니 좋을 것 같아요”라며 “이제 임기가 5개월 정도 남았는데 어르신들 더 불편하시지 않게 잘 살피고 하던 것들 잘 마무리해 나가야죠” 라고 남은 임기에 대한 다짐을 보였다.

현재 목우아파트 바로 맞은편은 공사가 한창이다. 그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맨만하믄 공사를 혀싸서 우르릉 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잠을 깨고 그래”, “막 벽도 금이 실실 가블고, 물도 세 올라오고 근당께”, “나가 안 치는 것이 아니고 허구헌날 쓸고 닦고 해싼디 그래도 걸레짝이 시꺼멓게 나와브러”, “여름에는 더운디 문을 못 열어놓고 산당께, 먼지 땜시” 어르신 한 분은 “우리 아파트는 사람도 좋고 인심도 좋은디 저 공사만 없으믄 살만하겄어”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매일매일 경로당에 모여 시알죽도 쒀먹고, 피자도 시켜먹는다. 한 통장은 오다가 다 어르신을 만나면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라도 꼭 들려 보낸다.
이들은 서로 너무나 아낀다.
그래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목우아파트 어르신들에게 찾아올 봄과 새로운 여름에는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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