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 광양보건대학교 교수

김광희 광양보건대학교 교수

광양은 제철소의 도시다. 24년 전 광양을 처음 찾던 때나 지금이나 내가 느끼는 광양의 이미지는 쇠가 나오는 땅 곧 ‘쇠남이’(광양읍 초남리의옛 이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지역 사람들이나 외지인들이나 구별 없이 광양과 제철산업을 거의 동일시하듯 말이다. 1987년 광양에 제철소 설비가 준공되고, 뒤이어 연관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지역경제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농어촌 중심의 빈약한 산업구 조가 제철산업을 중심으로 한 중공업 중심으로 개편되고 동시에 소비산업이 활기를 띠면서 도시의 양적 팽창이 이루어졌다.

도시의 변화를 경제지표라는 수치로 환산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이 변화를 발전이라 불렀다.전라남도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도시 광양은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샀고, 지역의 재정 능력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평가되었다.

연간 몇 만 톤의 조강능력을 달성했다는 제철소 소식이 들리면, 어림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그능력의 셈법을 우리는 그저 뭔가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였다. 산업사회의 최상의 덕목은 생산성이다. 개인의 능력이나 지역의 역량이 모두 생산성으로 평가받 는다.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는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할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광양만큼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도시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러나 광양의 생산성을 미덕으로 여기지 않고, 일종의 사막화 현상으로 바라본 사람들이 있다. 그 가운데 광양 출신으로 젊은 나이에 요절한 소설가 이균영은 단편 <살아있는 바다>에서 산업 화된 도시의 시스템을 하나의 왕국으로 지칭하며 근래 산업사회의 발전 메커니즘에 따라 날로 황폐해 가는 사회의 문제를 고발하였다.

IW왕국 마크를 달고 근무하는 남편을 두고 소설 속 주인공의 아내는 “당신은 기계의 부속품이 되어가는 거예요. 거대한 IW를 이루는 작은 쇠붙이 말이에요.”라며 획일화되고 통제된 산업근로 자의 불행한 삶을 토로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사람들이 상상력을 잃어 버리고 정확한 기계가 되어 이 왕국을 움직였다.
(중략) 왕국의 어느 곳에서도 그러한 꿈과 환상은 허용되지 않았다.”라며 산업화의 그늘에서 인간 역시 하나의 인공물처럼 취급될 수 있음과 대를 이어 깃들여 살아온 삶의 터전을 내놓아야 한다는 깊은 상실감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서술했다.

이 소설은 바로 광양의 이야기다. 산업화 위주의 외길만을 달리느라 상상력을 잃어버리고 꿈을 꾸는 능력과 환상의 능력이 퇴화된 박제 같은 우리를 향한 탄식이다.

최근 광양시가 아동친화도시를 선언한 이래 이번에는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었다. 제철산업도 시의 성격상 소외되어 왔던 아동과 여성에 대해 이제부터는 사회적으로 또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배려하겠다는 선언이다.

이제 아동과 여성이 사회의 적극적인 주체로 대접받고 꿈과 희망을 생각할 수 있도록 지원하 겠다는 약속을 공적으로 한 것이다. 이런 변화가 비록 늦었지만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하며 박수를 보낸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생산력과는 무관한 일이다. 오히려 사람을 생산력으로 치환하는 일처럼 비인간적인 일이 또 있겠는가.

나는 한걸음 더 나아가 광양의 시민들 모두가 꿈을 꾸고 환상을 품는 인간 본연의 상상력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문제를 하나 더 풀어내는 능력으로, 제품을 하나 더 잘 만드는 능력으로 사람이 평가되고 줄 세워지는 세상이 아니라 자유 롭게 상상력을 키우고 발현할 수 있는 곳이 광양 이기를 바란다.

아동 친화 도시의 구체적 진행의 목표가, 여성 친화의 흐름이 상상력을 키우고 창의력을 넓히는 방향으로 진전되기를 소망한다.

사회 곳곳에서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다. 4 차 산업혁명의 열쇠는 상상력이다. 특히 인문 감성이 결합된 상상력이야말로 미래 사회의 빛이다. 혼자 움직이는 자동차, 주인의 감성까지 포착하는 가전제품 등이 모두 상상력의 결실이다. 어릴 적 숙제를 대신해주는 로봇이 있었으면 하고 상상했던 우리 세대가 지금 그 상상의 결실을 목격하고 있다.

이제는 광양이 상상력을 덧입을 때다. 우리의 아이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그리하여 미래의 광양이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말미암아 더멋지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상 상력의 도시 광양”을 맞을 준비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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