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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금처럼 고요히 빛나던 날들광영동 백금사 최양배 사장의 ‘세공 망치’
정아람 기자  |  ar0103@gyci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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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5  09: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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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래도록 ‘함께’하는 물건이 무엇인가. 광영동 백금사 최양배(54)사장은 26년 동안 손에서 놓지 못하는 귀한 물건들이 있다.

바로 꼭두망치, 중도리, 소도리다. 소도리는 섬세하게 조각하는 도구고, 중도리는 모양을 잡고, 꼭두망치는 금괴를 납작하게 펴거나 바닥을 다지는데 사용한다.

귀금속을 만드는 가장 기본 ‘망치질’. 다듬고 또 다듬어야 멋진 완성품이 되는 하나의 귀금속. 최 사장의 망치질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까.

때 묻은 연장이 탄생시키는 것

금은방 ‘백금사’는 26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때 당시 금은방은 북새통을 이뤘다. 결혼 예물, 시계, 가락지, 돌반지 등 집안 대소사에는 무조건 거치는 곳이었다. 지금은 시대가 변해 그때의 풍경은 찾아볼 수 없지만, 또 다른 풍경으로 세월을 담고 있다.

점포 안 에는 가로로 놓인 긴 유리 진열장과 그 안의 금붙이들, 벽에 매달린 벽시계들은 여느 금은 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점포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남루한 작업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그마한 작업대 앞에서 세공에 열중하고 있는 최 사장. 그는 금괴를 꼭두망 치로 두들겨 펴고 가느다란 정을 소도리로 신중하게 두들겨가며 섬세한 조각을 아로 새긴다.

오랜 세월을 먹고 자란 작업대 상판은 나무부터가 낡았고, 그 위에 널린 때 묻은 연장들이 백금사의 역사를 말해준다. 금괴를 녹이는 데 쓴다는 사발과 무게를 다는 접시저울, 광택기, 금을 치는 모루돌, 금붙 이를 세공하고 수리하는 갖은 연장들도 세월의 때가 묻었다. 볼품없는 작업대지만 최 사장의 손길이 닿으면 번쩍거리고 매끈거리는 귀금속으로 탄생한다.

일일이 조각을 새기고 두들기던 날들

“광영동 일대에서 이렇게 오래도록 한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곳이 드물죠. 세공기사를 하다 금은방 장사를 한 지는 26년이 됐다”고 소개했다.

최 사장은 금은방을 열기 전 세공기사로 일했다. 먹고 살만 했지만, 커가는 자식들을 보며 부족함이 없이 키우기 위해서는 다른 방도 가 필요했다. 오래도록 해왔던 세공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광영동에 지금의 ‘백금사’를 차렸다.


최 사장은 “1980년대 초만 해도 일일이 손으로 조각을 새기고, 디자인을 직접 뽑아내는손 세팅을 했지만, 지금은 거의 기계화돼서 주물을 뜨거나 컴퓨터 커팅으로 모양을 낸다”며 “이 연장들만 있으면 어지간한 것은 다 뚝딱 해냈었는데, 지금은 세상이 너무도 많이 변했 다” 고 씁쓸해 했다.

백금사도, 사람도 함께 세월을 먹는다

금에 있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도사다. 그는 “금 색깔만 봐도 품질, 함량 등이 다 보인다”

며 “하지만 요즘은 금을 사러 오는 사람보다 수리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 다. 최 사장의 바람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백금사를 지켜내는 것. 그는 “큰돈은 안 되도한 명이라도 찾아주는 이들을 위해 문을 열겠 다”고 말했다.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오며 ‘오늘’을 사는 백금사 최사장. 어쩌면 그가 수리하고 있는 건오래되고 낡은 귀금속이 아니라 오늘보다 더나은 내일을 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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