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광양문화원 부원장

'행복' 하면 생각나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지방 취재차 서울역을 찾은 한 기자는 대합실에서 유 별나게 풍채가 돋보이는 할아버지 한분을 발견 하고 참을 수 없어 질문을 한다.

“할아버지께서 는 어떠한 삶을 사시기에 표정이 그렇게 여유롭 고, 활기차며 자애롭게 보이십니까?” 할아버지께 서는 껄껄 웃으시며 대답하셨다. “무슨 특별한 재 주야 있겠소. 나는 일상에서 나에게 닥쳐오는 행 복과 불행 중 행복이라는 놈만 골라잡는다오.” 이 세상에서 불행을 골라잡는 사람도 있을까? 행복에 관해 누구보다 고뇌하고 많은 연구를 한 연세대학교 서은국 교수는 <세상 모든 행복> 에서 세계 사람들의 다양한 행복관과 비교되는 한국사람 특유의 행복조건으로 ‘풍요로운 인간관 계’와 인정과 대접 등으로부터의 ‘자유감’ 과 함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타고난 기질’을 이야기한다.

행복에 대한 인식은 사람에 따라, 보는 관점에 따 라 다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세계의 석학들은 그 미세하면서도 분명한 차이를 다음의 열쇠 말에서 찾는다. 남의 모습만 보며 자기의 가슴을 뛰게 하는 소중한 경험을 놓치는 사람. 나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지 않고 남과 나 의 비교에 매달리는 사람. 지금 현재보다 미래만 을 꿈꾸며 사는 사람. 돈으로 물건만을 정신없이 사고 세상과의 관계나 경험을 사는 것을 소홀이 하는 사람. 야망과 질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 행복을 삶의 여정에서 찾지 않고 목적으로만 여기며 건너뛰는 사람.

행복이란 사소한 일에서 순 간순간 느끼는 따뜻한 감정의 싸임이라는 사실을 지나치는 사람. 빨래하는 누나의 손등을 간지럽 히는 부드러운 물결 같은 평정심보다 ‘첨벙’ 하며 누나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격정에 더 큰 의 미를 두는 사람. 나이가 들면 윗 눈꺼풀이 무거워 지며 아래를 보고 살라는데도 한사코 위만을 쳐 다보며 아쉬움으로 사는 사람. 들은 불행을 잡는 사람이 아닐까?

보도되는 바에 의하면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 장 높다는 덴마크인들의 정신질환 상담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세계 어떤 나라 여성들보다 자유 롭고, 독립적이고, 열정적으로 살아간다는 프랑 스 여성들이 한편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 의 항우울제를 복용한다고 한다. 세계인들로부 터 그렇게 존경을 받았던 <노인과 바다>의 헤밍 웨이도, 만인들로부터 그렇게 사랑을 받았던 배 우 로빈 윌리엄스도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가장 위대한 천재물리학자로 추앙받은 상대성 이론 의 아인슈타인은 가장 무서운 살상무기가 된 원 자폭탄 연구에 관여함을 후회하며 다시 태어난다 면 ‘등대지기’로 그저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했다.

<토지>의 박경리는 삶을 마감하는 마지막 시에서 “다시 태어나면/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깊고 깊 은 산골에서/농사짓고 살고 싶다.” 고 했다. 행복 은 남이 해석하고 부러워하는 것과 본인이 스스 로 느끼는 것에 차이가 많다는 의미다. 나이가 들며 행복은 남의 헛기침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나의 땀 냄새에서 찾아야 하고, 그 다양성 과 고유성을 눈여겨 봐야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진정한 행복은 탁월함이나 여유로움에서 오 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내 삶의 주인으로 남과 비교되지 않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꾸준한 일상을 통해 확인해가는 것이다. 나는 요즘 내 삶 의 경계를 가장 평범한 말에 두고 있다.

“신체발 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 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즉 부모에게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침팬지에서 분리된 인간의 조상은 수백만 년의 세월을 수많은 적들과 두려움에 마주서며 하루하루를 맥박이 뛰고 호흡을 할 수 있음에 안 도하며 살았다. 서로를 의지하며 종족보존의 기 회가 주어짐을 감사하며 살아왔다.

나의 존재는 ‘이어짐의 한마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효’는 이어짐의 또 다른 표현이다. 삶에서 의미를 찾고 성취를 위한 노력도 중요 하지만 서로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가족과 벗들과 이웃과 함께 관심 가져 주고, 감동하며 소박하게 살아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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