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청소년 정책은 어디쯤?
청소년 뜻 ‘반영’ 필요하지만…
광양백운고 유예진(18) 전교 부회장
최재원(18)학생·김현정(18)학생


진정 교육을 펼치려면 정책에 학생들을 맞출 것이 아니라 ‘학생’부터 알아야 한다. 지금껏 우 리 교육의 중점은 ‘입시’에 치중돼있다. 학생들 의 실태를 알아야 올바른 교육 정책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을 위한 정책에 ‘학생’ 만 빠졌다.

유예진 학생은 “학교에 오면 국어·영어·수학 배우기에 바쁘다. 입시가 중심이다 보니 정말 하 고 싶은 것을 찾을 시간이 없다”며 “하고 싶은 것 만 찾다가 뒤쳐질 것 같고, 뒤쳐지면 부모님께 실 망을 드리게 되고…”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학 교에서 배우는 것과 진정 자신들이 배우고자 하 는 것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낀다.

유 학생은 이어 “학교와 학생 그리고 정책 등이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나”며 “모두가 겉돌기 때문인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현정 학생은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실태에 먼저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의 교육을 어떻게 해 야 하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며 “학생들 또한 교육 정책에 큰 관심을 갖고 문제제 기를 해야 할 땐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압력 밥솥’ 경쟁구도 안에 지쳐

미국 교육기고가 아만다 리플리는 한국 교육에 대한 약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이른바 ‘압력밥솥’이라고 지칭하며 학생들을 극도의 경쟁구도 안에 밀어 넣는다는 점, 학생들에게 너무 긴 시간 의 공부를 강요하는 비효율성, 사교육이 번창하 고 공교육 현장은 황폐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세 학생도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학원, 도서관 그리 고 또 학원을 오가며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경쟁 논리를 핵심 교육 전략으로 삼고 있다. 특히 한국이 경쟁에 더 집착하는 이유들 중 핵심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 의 ‘학력 및 학벌’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학력에 따라 결정되는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서 더욱 더 치열한 경쟁에 임하게 된다. 이렇게 심한 입시 경쟁이 부추긴 사교 육은 교육의 기회에 있어 불평등성을 심화시키지 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 다보니 가장 힘든 사람은 다름 아닌 청소년이다.

꽉 갇힌 학생, 꽉 막힌 정책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말에 핀잔을 줘서는 안 된다. 그 책임은 사회와 교육에 있다. 광양은 정책 은 둘째 치고 청소년들이 문화적 혜택을 누릴만 한 공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중마동 청소년 문화센터, 도서관, 영화관이 고작이다.

하지만 이들이 영화관을 한 번 가기 위해서는 ‘날’을 잡아야 한다. 기껏 잡은 날인데 최근 개편 된 버스 노선은 애만 터지게 하고 있다. 학생들이 금호동에 위치한 영화관으로 가려면 30분에서 1 시간은 기본으로 버스를 기다려야한다.

승강장이 많아 도착하는 시간도 만만찮게 걸린다. 막차 시 간이라도 맞지 않으면 결국, 영화는 포기해야한 다. 금호동은 버스가 아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거리적 여건이 되지만, 광양읍은 이야기가 다르다. 학생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택시비도 부 담스러운데다 심리적으로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 때문에 쉽사리 가지는 곳이 아니다.

결국 또 도서관이다. 유예진 학생은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기 때문 에, 도서관 오는 것도 충분히 즐겁고 감사한 일이 지만 광양지역 청소년들이 굳이 수도권을 가지 않고도 광양에서 즐길만한 문화적 여건이 갖춰지 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바라는 또 한 가지는 ‘장학금 제도’다. 백운장학회나 학교 내 장학금, 외부 장학금 등이 있지만, 받는 사람들이 항상 장학금을 받아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유 학생은 “원래 잘하는 1,2 등만 주는 것이 아니라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된 학생들을 위한 장학 제도도 마련되면 좋겠다”며 “누군 잘하니까, 누군 잘 못하니까가 아니라 모든 청소년들이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두 루두루 좋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지혜’가 돋보 이는 정책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16세 투표권, 가져야 하나

“교육감이 누군지 잘 몰라요” 작금 현실에서 많은 청소년들 입에서 나오는 소리다. 교육감은 어찌됐든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하지 만 ‘교육감 선거는 로또’라는 말처럼 교육감 선거 는 제대로 된 판단 없이 투표를 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 교육정책은 고스란히 초ㆍ중ㆍ고교생에게 직 결된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육감이 무익한 정책 을 펼친다고 해도 정책이 바뀌면 바뀌는 대로, 변 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 대로 자기 의사를 표현 할 기회는 얻어 보지도 못한 채 마냥 교육제도를 따르게 된다.

최재원 학생은 “교육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은 ‘우리들’인데, 어떤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지 왜 이행해야하는지 선택권이 없다”며 “청 소년들은 투표를 하기에 정치적 판단이 부족하 다고들 하지만, 교육 정책에 ‘정치’를 생각하는 것 조차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유 예진 학생도 말을 보탰다. 유 학생은 “교육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고등학생들에게 투표권을 줘 정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교육감을 뽑을 수 있 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감의 정책 변화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대입 정책,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자유학기제 등으로 인해 학생들은 많은 변화를 겪는다.

김현정 학생은 “학생들에게 투표권이 생기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반대로 나쁜 점도 함께 공존 할 것이다”며 “하지만 학생들은 교육에 대해 진 지하게 생각하고 되돌아볼 기회를 가지게 될 것 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