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는 지역 대표 브랜드
‘막걸리 한사발의 나눔’ 지역환원에도 열올려

 

광양5일장이 열리면 어김없이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전집에 모여 막걸리나 한 잔하자고... 시장 입구 허름한 전집서 명태머리전에 막걸리 한 잔을 놓고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면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간다.

아쉽지만 다음 을 기약할 때다. 이것은 하루를 열심히 산 우리에 대한 보상이자 위로다. 그래서인지 “막걸리 한잔 합시다”라는 말은 반 가움에 대한 표시고, 다음에 대한 기약이다. 막걸리. 이 탁하고 텁텁하면서 묵직한 술이 무 엇이라고 잠시나마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속이 보이지 않는 만큼 깊이도 알 수 없다고 미뤄 짐작할 뿐이다.

열정이 빚은 맛, 광양막걸리

여기 이런 막걸리에 미친 사람이 있다. 영업사원 으로 시작해 이제는 광양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자 리 잡은 ‘광양막걸리’를 창업한 김종현 광양주고공 사 대표다. “광양막걸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어렵게 살아온 시간이 더 많았어요.

이제는 광양막 걸리가 지역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 지만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적대적인 사람들도 꽤나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광양막걸리가 첫 발을 내딛을 즈음 광양지역에서 인근지역을 대표하는 막걸리 가 꽤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술도 찾 는 종류만 찾는 성향이 강하다보니 시장에 진입하 는 것이 녹록치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팔릴지도 모르는 술을 진열하는 번거로움을 감수 할 가게 주인은 많지 않았다. 문전박대를 당하는 것은 일쑤였고, 말이라도 붙이려면 그야말로 쓸개 까지 다 내놓아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박대에 김 대표는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이 있다.

그는 “눈치가 없는 척하는 것이 덜 마음이 상 한다”며 “‘뭐하는 X야’하는 시선으로 쳐다봐도 웃 으며 막걸리 홍보를 했다”고 그 때를 회상했다. 그 리고 지금에서야 웃으며 말할 수 있다는 말도 덧 댔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막걸리의 품질이 었다고. “처음부터 우리는 쌀을 쪄서 발효시켜 누룩을 만드는 방식을 고집했어요.

전통방식을 유지했던 셈이죠. 그렇게 몇 달을 품질을 향상시키는데 노력 하다보니 입소문이 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 었어요. 물론 머지않아 좋은 결과로 돌아왔죠.” 여전히 광양막걸리를 제조하는 과정은 전통방 식을 고집하고 있으며, 쌀도 세풍에서 생산된 것을 연간 계약으로 매입해 사용하고 있다.

지역에서 얻은 것은 다시 지역으로

어려운 때를 겪었기 때문일까? 김종현 대표는 환원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벌써 몇 년째 일정금액을 정해 ‘광양시사랑나눔 복지재단’에 기탁을 하고 있다. 그는 “어려울 때도 항상 같은 금액을 기탁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변한다면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지 는 않는다. 복지재단 외 정기적으로 각종 사회단 체에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광양시자활센터에서 설날 전에 지 역의 어려운 이웃에 제공했던 떡국나눔행사에 힘 은 보탠 바 있다.

“지역에서 그만큼 벌었으면, 그만큼은 써야지요.” 당연한 듯 말하는 김 대표의 말에는 어려움을 딛고 설 수 있었던 바탕을 제공한 지역에 대한 고 마움도 느껴진다. 그리고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 에 나눔에도 인색하지 않음이다.

광양주조공사 역시 그 자체로 사회적기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공공기관에서 지정한 것은 아니 지만. 임직원의 80%가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으 로 채워졌다. 김 대표는 “많이 만들어서 많이 파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주변의 말도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며 “천천히 만들어도 정성을 들이고 생산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나눔이고 그 선을 지키는 것 도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그는 최저임금인상과 관련해 “어려 운 이웃들에 대한 임금이 오른다면 소비도 그만 큼 늘 것이고 우리 매출도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당장 임금을 올려줘야 하지만 기분좋게 올려주 고 매출을 늘리면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광양막걸리에 대한 사랑을 크게 돌려준 적도 있었다. 지난해 광양5일장에서 진행한 막걸리 무 제한 제공 행사가 그것.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받 았기에 지역에 한 번은 시원하게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광양5일상인회와 의견 접근을 이 뤄 큰 행사를 치르게 됐다.

김 대표는 “광양5일장 토요장터를 운영하고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막걸리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함께 기분이 좋 아 올해에도 다시 한 번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말 한다. 그는 “광양5일장을 찾은 사람에게 단순히 막걸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막걸리를 주제로 하나의 지역 대표 축제도 만들어 갈 생각”이라 고 덧붙였다.

광양막걸리가 품은 꿈

그렇다고 광양주조공사가 마냥 안주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끝없는 상품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자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한 투자에는 전혀 인색하지 않 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실제로 지난해 지역 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매실농축액을 첨가 한 막걸리를 내놓기도 있다. 김 대표는 “아쉽게도 기대에는 전혀 못 미쳤 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양막걸리를 널리 알리 고자하는 의지는 강하다. 그리고 올해도 ‘햇쌀’ 이라는 프리미엄 막걸리를 출시했다.

신제품 또 는 새로운 설비에 대한 투자도 과감하게 실행하 고 있다. “지역의 점유율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 도 좋지만 우선은 보편적인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프리미엄 막걸리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 다”며 “이 과정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공정을 규격 화해 전국 각지에 막걸리 생산 공장을 두고 관리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갈 것”이라 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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