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_121

▲ 정호준 관장

운석이란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의 한 조각이 지상에 떨어진 것을 말합니다. 넓은 의미로는 커다란 유성이 공기의 마찰열로 전부 타버리지 않고 지상에 떨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운석과 유성은 그 기원이 되는 천체가 완전히 같다고 할 수 없으므로, 좁은 의미로는 구별합니다. 혜성이 우주공간에 흩뿌린 먼지나 티끌은 보통 작기 때문에, 지구에 떨어지며 공기마찰로 전부 타버려서, 지상까지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운석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운석의 대부분은 화성과 목성궤도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가 고향이라 합니다. 지구로 떨어지기 전의 운석의 궤도가 사전에 정확히 예측됐던 것은 지금까지 4개 밖에 없었는데, 그것들은 전부 소행성대에서 온 것이었고, 더욱이 운석과 소행성의 구성물질이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운석은 소행성의 조각 일부가 지구 궤도를 가로지르다가 지구로 떨어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운석은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약 2,500개 정도, 남극에서 약 20,000개 정도가 발견되었습니다. 이것들의 성분을 분석해보면, 주로 철과 니켈의 합금으로 구성된 “철질운석”, 철과 규산염 광물로 구성된 “석철질운석”, 그리고 주로 규산염 광물로 구성된 “석질운석”으로 분류됩니다. 근원이었던 천체의 중심핵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철질운석”, 맨틀부분이었던 것은 “석질운석”, 그 경계부분이 “석철질운석”일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또, 공통되는 특징으로는 모두가 46억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태양계가 46억년 전에 탄생했는데, 운석도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지구의 경우는 탄생 후에도 계속되는 내부 열에 의한 화산 등의 활동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기에, 지구상의 암석에서는 지구탄생 당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화성과 목성궤도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작은 천체들은 질량이 작고 내부에 열을 담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대규모의 화산활동 등이 없었습니다. 그 덕분에 탄생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소행성이 고향인 운석에도 태양계 탄생 초기의 흔적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태양계 형성시의 물질이 큰 변화 없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사진은 극지연구소가 보관하고 있 는 진주운석(2014년 3월 10일 첫 번 째로 발견) 입니다.

지구가 탄생 초기의 정보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태양계가 어떻게 물질을 진화시켜 왔는지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지구 밖에서 그 재료를 찾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우주에서 그런 샘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난관이 너무나 많습니다. 실제로 성공한 것은 미국의 아폴로계획과 구 소련의 루나계획에서 채취해 온 달의 암석과, 최근 일본의 하야부사가 가져온 소행성 이토가와의 미량의 미립자들뿐입니다. 이런 어려운 방법 말고 우리가 지구 이외 천체의 물질을 입수할 수 있는 방법은 운석 밖에 없습니다. 즉, 운석은 태양계 생성과정의 비밀을 풀 열쇠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로맨틱한 이야기도 운석의 직경이 수십 미터 정도일 때까지 입니다. 크기가 그보다 커지면 사정은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약 6,5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 가까이에 떨어진 직경 약 10km 정도의 거대운석이 공룡을 비롯해 대형 파충류를 멸종시킨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직경 1km 정도로도 그 파괴력은 히로시마형 원자폭탄의 수백만 배라고 합니다. 그런 운석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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