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꿈들이 함께...텃밭도서관의 봄 이야기

텃밭 가는 길에도 봄이 활짝 폈다. 매꽃 지고 나면 배꽃이 피고 살구꽃이 피고 사과꽃도 필터이다. 그렇게 봄내음을 맡으며 가는 길이다. 진상면 청암리 텃밭 입구에 들어서면 아직 농사는 이르지만 들녘마다 쑥, 냉이와 달래, 쑥부쟁이 등 봄나물을 캐는 아낙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텃밭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도서관도 봄은 주렁주렁 매달렸다. 순백이어서 더 아련한 목련이 사람을 먼저 반기면 길가마다 머위가 쑥쑥 키를 키우며 인사를 건넨다. 동백은 멀어 춘백이 붉게 물든 사립문 사이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 나오면 텃밭의 주인장인 서재환 씨가 아이들에게 파묻힌 채 아이들처럼 텃밭을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정겹다.

겨우내 다소 고즈넉했던 텃밭은 봄이 오자 기지개를 켰다. 뛰어놀기 좋은 봄날인 게다. 아이들은 그네와 꼬마 자전거를 타고 제 알아서 텃밭을 뛰어다나고 젊은 엄마는 텃밭을 헤집으며 봄나물을 뜯으며 한껏 물오른 봄을 즐기는 곳이다.

여수에서 왔다는 봄나들이 부부 손님(62)은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채 정을 나누는 곳이 그리웠던 차에 매화 구경도 할 겸 인터넷을 뒤져 이곳을 찾아내곤 하룻밤 지내려 왔다”며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 나는 곳이라 모처럼 사람 사는 구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텃밭에는 새 식구도 생겼다. 지난해부터 관장 서재환 씨가 직접 품을 팔아 지은 작은 까페와 체험장이 새롭게 문을 연 것이다. 20평이 조금 넘는 규모에 직접 농사를 짓고 만든 텃밭특산품 코너가 자리를 잡았고, 주인장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가 좀 낯설긴 하지만 은은한 향기가 좁은 공간을 가득 메우는 곳이다. 옆자리는 아이들을 위한 체험공간이 널찍하게 차지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농기구가 전시돼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선 서 관장이 직접 진행하는 ‘대나무 피리 만들기’가 아이들을 동심을 잡아끄는데 가끔 저 멀리 봉강면에서 천연화장품 공방을 운영하는 매시런 김지연 대표가 찾아와 천연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더 큰 재미를 선사한다.

서 관장은 “텃밭과 도서관 이외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던 차에 일부 국비를 지원 받아 체험장을 완성했다”며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 만들고 즐기는 공간, 만들기 체험을 통해 작은 행복을 느끼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꾸며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자목련이 꽃망울 터트릴 즈음, 서 관장의 손길은 더욱 분주해진다. 아이와 사람들이 찾아와 아무런 시름없이 놀고 갈 수 있는 공간은 과거에도 그랬듯 언제나 미완성일 테니 말이다. 여하튼 지금 텃밭에는 봄나물이 푸르고 아이들의 웃음도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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