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 (125)

▲ 정호준 광양해달별천문대 관장

우주의 온도를 말하기 위해서는 우주를 정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우주라고 하면 지구 대기권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대기권(칼만 라인) 밖이라고 하면 이번엔 태양의 대기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또, 태양계의 행성이나 은하 속의 별 및 성운, 별과 별들의 사이 공간 등 모두를 우주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장소에 따라 조건이 다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별과 별 사이의 성간공간을 대상으로 온도를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드넓은 우주공간의 온도는 도대체 몇도 일까요? 그것은 평균적으로 섭씨 마이너스 270도 입니다. 우주공간은 절대온도로 3K(K=켈빈, 엄밀하게는 2.735K)라는 극저온의 세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상하는 우주공간의 특징은 대략 무중력에 진공일 것입니다. 사실 맞는 말입니다만, 실제로 우주공간은 완전한 무중력에 완전한 진공은 아닙니다. 거의 진공에 가까울 정도로 희박한 물질을 가지고 있는데, 1세제곱km 공간에 기체분자 1개 정도는 있으며, 그 물질이 전자파를 발산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주공간에 전혀 아무런 물질도 없다면, 온도는 0K(절대영도, 자연계의 최저온도)가 될 것입니다.

절대영도는, 자연계의 최저온도를 알아내기 위한 열역학연구 결과로 얻어진 것으로, 섭씨 마이너스 273.15도 입니다. 절대영도에서는 자연계의 모든 분자가 고체가 되며, 열진동(분자운동)이 완전히 정지한 상태가 됩니다. 말하자면 에너지가 전혀 없는 상태인 것으로, 이론상 이것보다 낮은 온도는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공간에는 아주 적기는 하지만 분자가 있으며, 그들의 진동(분자운동) 때문에 전자파 에너지가 존재하고, 우주공간에는 그것에 해당하는 만큼의 온도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절대영도보다 약 3도 높은 3K라는 온도입니다.

우주공간이 절대영도가 아니고 3K라는 것을 온도를 재서 알아낸 것은 아닙니다. 우주공간에 무수히 많은 전자파(마이크로파)를 관측해서 알아낸 것입니다. 그 발견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1964년 미국 벨연구소의 과학자 아노·펜지어스와 로버트·윌슨은 고감도 안테나를 사용해 연구하던 중 하늘에 설명할 수 없는 전파잡음원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펜지어스와 윌슨 그리고 발견에 사용한 안테나

두 사람은 처음에 지상의 잡음원에 의한 간섭이라고 생각했지만, 조사결과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잡음원을 제거하려 시도했고 마지막엔 안테나에 많이 붙어있던 비둘기 똥까지 모두 청소했는데도 잡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이것은 단순한 잡음이 아니라고 확신하기에 이르렀고,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전자파가 균일하게 오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의문스런 전자파의 정체는 우주인으로부터의 교신이 아닐까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것이야말로 이전부터 “존재할 것”이라고 과학적으로 예언되었던 “우주마이크로파 배경복사”라고 판명된 것입니다.

우주공간에는 수많은 천체가 있지만, 이 마이크로파는 그런 천체들보다 훨씬 먼 곳인 우주배경에서 오는 전자파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우주공간이 그런 전자파로 가득 차있다는 것은 우주 전체가 온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그 전자파의 파장을 조사한 결과로부터 절대온도 3K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펜지어스와 윌슨의 발견은 그 이상의 성과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사실은 이것이 “빅뱅이론의 증거”인 세기의 대발견이었던 것입니다. 이 업적으로 두 사람은 197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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