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규명, 여·순·광사건으로 명명 바꿔야

전남도의회, 위령사업 등 여순사건 지원방안 마련

여수ㆍ순천 10․19사건 70주년을 맞아 민간인 피해자의 희생을 추모하고 위령사업 지원을 위한 조례가 개정 의결됐다. 그러나 다른 지역과는 달리 광양지역 희생자에 대한 위령사업 등은 흐지부지한 실정으로 광양시와 시민사회의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남도의회 강정희 의원(여수·민주당 비례대표)은 지난 13일 ‘전라남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조례안은 조례 제명을 ‘전라남도 여수ㆍ순천 10‧19사건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로 변경했다. 또한 지원 대상에 여순사건유족회를 명시했고 지원사업의 내용에 피해자 조사와 학술심포지엄, 위령탑 조성, 유적지 정비 사업을 추가했다.

이번 개정안은 여순사건 70주년을 맞아 무고한 민간인 피해자의 희생을 추모하고 민족의 아픔을 치유해 평화와 인권회복에 기여하고 화합의 길로 나아가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강 의원은 “제주4.3항쟁은 국가기념일로 제정, 정부차원의 기념행사가 성대히 치러지는 반면, 여순사건은 피해자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이번 조례개정을 계기로 전남도와 시군이 힘을 모아 민간인 희생자 명예회복과 위령사업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간다면 향후 특별법 통과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여순사건 70주년이 되는 올해 전남도 차원에서라도 희생자 명예회복과 위령사업을 추진하도록 강력히 요구했다.

여순사건 당시 광양은 여수, 순천과 함께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남긴 곳 가운데 한 곳이다. 사건 발생 하루 뒤 토벌대가 진출하면서 당시 광양경찰서를 점령했던 좌익 등 70여 명을 사살한데 이어 10여 명의 지방 좌익 활동가들을 검거, 경찰서 앞에서 총살했다. 대부분 14연대 세력은 백운산으로 입산한 뒤의 일이었다.

특히 백운산으로 입산한 1차 빨치산 세력을 토벌하는 과정에서도 무수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 당시 봉강면 부면장이던 조용래 씨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다. 조부면장은 좌익세력이라는 증언이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14연대 세력의 협박에 못 이겨 연단에 섰다는 이유로 좌익부역자로 몰려 사살 당했다.

당시 광양지역은 낮에는 토벌대, 밤에는 빨치산 세력이 점령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민간인 희생자가 긴 시간을 두고 발생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전쟁 발발 이후까지도 지속됐다.

현재까지 여순사건 등 한국전쟁 전후 광양시 민간인 피해자는 진실화해위원회 접수자 65명을 포함 모두 총 61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광양지역에서 위령사업이나 학술제 등 여순사건 관련 사업들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합동위령제나 초청강연 행사가 간혹 열렸을 뿐이다.

지난 2012년 광양지역을 대상으로 여순사건과 보도연맹 용역을 추진했던 김정태 전 시의원은 “토벌군경 후손과 민간인 희생자 유족이 공존하고 있는 광양지역의 특성상 공감대 형성에 걸림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역사적 사실규명과 위령사업 추진은 별개”라며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고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차원 사죄와 추모사업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여수, 순천과는 달리 광양지역에서는 소극적인 형태로 여순사건을 다루고 있다”며 “다른 지역과 달리 광양지역은 사건의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지속적인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특수성이 있는 만큼 여순사건에 있어 광양지역의 평가가 따로 이루어져야 하고 사건명도 여수·순천·광양사건으로 정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순사건 피해지역인 광양구례곡성이 지역구인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도 지난해 ‘여순사건 보상 특별법’ 대표 발의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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