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50주년 맞은 세풍초등학교 발자취 들여다보기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은 세풍초등학교. 전형적인 농어촌 지역이던 세풍은 1910년 일제강점기 이후 보통교육이 권장됐지만 교육권을 보장받기 힘겨운 상태였다.

광양읍 내에 광양서국민학교와 광양동국민학교가 있었지만 거리가 워낙 멀고 도로와 교통사 정이 좋지 않은 까닭에 학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배움에 목말랐던 아이들은 아예 학교교육 대신 서당 등에서 한문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학교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방이후 보통교육이 강화되면서 부모들은 교육의 의무를 지기 시작했고 세풍의 취학아동들 역시 공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비로소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취학아동들은 배움에 앞서 교육을 향한 고난의 행군을 먼저 경험해야 했다.

당시 세풍지역이 속한 학군은 광양서국민 학교였다. 학교까지 가기 위해서는 새벽잠을 설치고 일어나 어둠 속을 헤치고 논길을 걷고 산길을 넘고 물길을 건너야 했다.

▲ 4회 졸업생 사진 : 1968년 세풍초 개교 이래 정식으로 1학년에 입학해 6년을 마친 뒤 졸업한 기수는 4회 졸업생부터다. 4회 졸업 당시 사진

신두와 해두, 그리고 세승마을의 아이들은 무선 쟁이(세풍리 세승마을과 덕례리 무선마을 잇는 재)를 넘어야 했고, 해창과 안골 등지의 자녀들은 내릿재(안골과 덕례리를 잇는 재)를 넘어 통학해야 했다.
모두 4킬러미터가 넘는 거리, 왕복 8킬로 미터가 넘는 거리를 날마다 걸어 다녀야 하는 지경이었으니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더구나 장마철이면 서천변이 범람하는 경우가 잦아 학교를 가지 못하고 발을 동동거려야 했던 때도 부지기 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세풍간척사업은 세풍초등 학교 개교의 일대 변환기를 몰고 온 사건이 었다.
이 사업으로 해창(해창·봉정·중몰), 세승, 내려골, 신두, 해두 등 기존 토착마을 이외에 새로이 신촌과 내려골 외에 부흥일 부, 그리고 무인도였던 대섬, 뱀섬, 유자섬이 육지가 되면서 사람들이 입촌, 삼성마을을 형성하는 등 일대 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학교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세풍초등학교가 개교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세풍간척사업은 초남리와 바다를 사이에 둔 세풍만 일원에 진행된 간척사업으로 당시 국가 경제의 막심한 애로가 있었음 에도 민의원이었던 진상면 출신의 황숙현이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해 1952년 12월 12일 농림부의 인가를 얻어 당시로서는 엄청난 예산규모였던 2억여 원의 막대한 공사비로 광양만 6㎞의 방조제를 막아 농지로 전용한 사업이다.

현재 세풍간척사업을 주도한 민의원 황숙현을 기리기 위해 세풍리 신촌마을 입구에 황숙현 의원 공적비(1969년 9월) 를 건립했다. 당시 광양지역은 백운산 등 산림지역이 많았던 탓에 지역규모에 비해 농지의 규모가 많지 않았으나 이 간척사업으로 총면적 708ha, 570ha의 농경지가 조성됐다. 이로 인해 연간 2만 4천석의 미곡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또 이 넓은 간척지에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거대한 저수지가 필요했는데 이때 조성된 곳이 전남도에서 2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백운저수지다. 백운저수지로부터 봉강면 지곡리를 시작으로 수로를 만들어 농사에 필요한 용수를 원활히 공급했다.

세풍간척사업 이후 지속적으로 세풍리의 유입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세풍초등학교 설립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주민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마침내 1965년 10 월 17일 광양서국민학교 세풍분교장설치를 인가받았으며, 1966년 1월 10일 세풍국민학교로 개교했다.
그리고 1968년 3월 1일 세풍국민학교로 정식 승인·인가됐다.

한편 세풍초등학교는 건립과 조성을 위해 세풍주민들의 희생도 만만치 않았다.
주민들 모두 울력이라는 이름으로 부지조성에 힘을 쏟았음 물론 그 과정에서 부흥주민 배아무개 씨가 흙더미에 깔려 사망하는 안타 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또한 학교부지 조성을 위해 주민들의 기부채납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1969년 부터 1971년까지 학교부근 부지 총 9건을 추가로 구입, 총 1만8279제곱미터에 달하는 지금의 학교 부지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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