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_127

▲ 정호준 광양해달별천문대 관장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해 137억년 걸려 지금의 크기로 팽창해 왔다고 하는 빅뱅우주론은, 현재 그이론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증거까지 확보해서, 이제는 상식으로까지 생각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은 쉽사리 믿기지 않으며, “도대체 뭔 말이야?”라고 느끼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이론이 주창되기 시작한 20세기 초에는 천문학자들조 차도 믿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는 아직도 “우리은하가 우주 전체”라고 보던 시대였으며,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는 일정한 크기를 가진 정적인 공간이라고 간주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그런 것 같지 않다는 관측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1929년 우주가 팽창한다는 증거를 발견한 사람은 근대를 대표하는 천문학자 중 한 사람인 미국의 에드윈· 허블 입니다.

허블은, 1917년 윌슨산 천문대에 완성한 당시로는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직경 2.5m 반사망원경을 사용해, 안드로메다 은하 안에서 변광성을 발견함으로써,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었고, 당시까지 우리은하 안에 존재 하는 성운으로 생각되던 안드로메다 은하가 사실은 우리은하 밖에 존재 하는 별개의 은하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냈습니다. 이어서 허블은, 여러 개의 새로 발견된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연구를 하던 중 그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것은 모든 은하들이 우리들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은하로 부터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허블이 발표한 “은하가 멀어져 가는 속도는 그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한다”라는 학설은 나중에 “허블의 법칙”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허블의 발표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주가 팽창해 왔으므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는 점점 작아져야 하며, 아주 오래 전에는 하나의 점이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즉, 우주는 한 점으로부터 팽창을 계속해 현재와 같은 크기가 되었다는것 입니다. 이렇게 빅뱅이론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팽창하는 우주”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이것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고무풍선 표면에 바둑판 모양의 선을 그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눈금에 바둑돌을 올려놓은 것처럼 매직 펜으로 둥글게 표시를 합니다.

이제 풍선 전체가 우주이고, 바둑돌은 은하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이런 풍선을 불어 부풀리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바둑판 눈금이 부풀어 커지며, 바둑돌과 바둑돌 사이의 거리도 점점 멀어집니다. 또, 어느 하나의 바둑돌표시(은하)에서 보면 다른 바둑돌표시가 멀어져 가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팽창하는 우주란 이것과 유사합니다.

허블의 법칙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런 모습을 지구에서 관찰하면, 모든 은하가 지구를 중심으로 멀어져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어서가 아니라, 고무풍선 위에 바둑돌로 표시한, 그 어떤 은하를 중심에 놓고 보아도 마찬가지로 다른 은하와의 거리가 멀어져 갑니다. 지구에서 우주를 관측하면 마치 지구가 우주의 중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주 어디에서나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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