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전어잡이 배에 오른 선원들

섬진강은 진안 데미샘에서 발원해 순창과 임실, 남원, 곡성, 구례를 거쳐 광양의 다압을 만나 지리산과 백운산이 토해 놓은 맑은 물을 만납니다. 여기에서 더 덩치를 불리고 한층 맑아져 남해의 바다를 만날 채비를 서두르게 됩니다.

섬진강이 온전히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망덕포구는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전엔 봉화가 있어 왜구의 침범을 미리 알렸다고 전해오는 망덕산을 머리에 이고 섬진강 맑은 물은 남해바다와 뜨겁고 서툰 사랑을 나누게 마련이지요.

망덕포구 주변에는 임진왜란 이전부터 배를 만들었다는 선소가 눈에 들어옵니 다. 지금은 전어조형물이 들어서 사람을 반기는 바로 그곳입니다. 물론 조형물의 모양새가 전어보다는 힘차게 물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숭어를 닮았다는 평가를 듣지만 말입니다.

포구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맑아서 슬픈 눈을 가진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원고를 간직했던 정병옥 가옥도 보이는 데요, 옛 시절에 포구를 지키며 살아가던 사람들은 그런 사실조차 까마득히 모른 채 한 생을 열심히 살았을테지요.

지금은 어항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채 많은 횟집들이 해안도로를 따라 들어섰 지만 망덕포구는 예전에는 출항어선들의 중간 기착지로 수많은 어선들이 포구를 메웠다고 전해옵니다. 특히 기수권역에서 잡히는 망덕전어는 맛이 뛰어나 어전에 진상할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망덕전어는 바로 이곳 망덕포구 인근해역에서 방대하게 잡혔습니다.

전어는 성격이 급해 잡히면 금방 죽어 버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또한 본격적으로 어획되는 가을철은 아직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여름이나 다름없어서 쉽게 상하기도 했지요. 그런 까닭에 예전 전어를 떼어다 파는 어머니들은 이른 새벽 망덕 포구에 나가 전어잡이 배가 오기를 기다 렸다가 기항에 맞춰 전어를 사서 머리에 이고는 이곳저곳 발품을 팔아 전어를 곳곳에 날랐습니다.

그마나 군내버스가 다니는 곳이면 다행 이었지요. 외지여서 외려 버스가 다니지 않던 마을에는 시골길을 걷고 재를 넘어서 전어를 팔아야 했으니 그 신산스러움이 새삼스럽습니다. 그 덕에 전어가 어떻게 생긴 지 조차 알 수 없던 저 같은 시골 촌놈도 콩대에 구워져 고소함이 천지사방 흘러 다니던 가을 전어 맛을 여전히 간직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눈치 채셨나요? 오늘 이야기는 바로 망덕포구와 망덕전어에 관한 겁니다. 사진 속에는 진월면 선소리 무접도에서 출항대기 중인 전어 잡이 배에 오른 선원들이 찍혀 있습니다. 배 뒤편으로 돌로 만든 제방 이이어지고 그 뒤편으로 초가집들이 바다를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전어 잡이 하나에 제법 많은 선원들이 올라탄 모양으로 보아 그 시절 전어 잡이 어획량도 짐작이 가거니와 전어 잡이가 결코 쉽지 않은, 고강도 노동력을 요구했던 게 어림잡아 짐작이 가고 남습니다. 동력선이 아닌 노를 저어 움직이다 보니 아무래도 많은 품이 들었을 겝니다.

하지만 이제 망덕포구에는 망덕전어가 없습니다. 광양제철소가 들어서면서 어장이 사라졌기 때문인데요, 오늘 한 장의 사진 속에는 망덕포구와 망덕전어의 아련한 이야기가 가득 실어 있는 듯합니다.

사진출처-진월면 선소리 무접도(19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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