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 광양제철 중학교 2학년

▲ 조은서 광양제철 중학교 2학년

엄마, 아빠 안녕하세요? 저 둘째 딸 은서에요. 책을 보다 문득 엄마, 아빠 생각이 나서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의외여서 많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 어젯밤에 아빠가 집에 들어오셨을 때에 그냥 “아빠!” 라고 쳐다보며 한 번 부르기만 하고 다시 핸드폰을 봤어요.

엄마는 들어오셨는지 안 들어오셨는지도 모른채 그냥 자 버려서 일주일에 세 번, 식구가 모두 모일 수 있는 날인데도 아무 반응 없이 핸드폰만 보다가 자서 정말 죄송해요. 언니가 서울로 떠나고 난 뒤 제가 더 두 분께 시큰둥했어요.

초등학교 땐 엄마, 아빠께 이렇게 편지를 쓰면 학교에서 집으로 우편으로 배송해 주었어요. 그 때마다 실은 제가 먼저 우편함에서 편지를 찾아 몰래 찢어버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지?’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엄마, 아빠께서 제게 주신 사랑에 비해 제가 드리는 사랑은 정말 1/10도 안 된다는 생각이 하니 울적해집니다.

제가 최근 읽은 ‘자스민, 어디로 가니?’라는 책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사랑, 죽음에 대한 내용이 나왔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 아빠께서 저에게 주시는 사랑,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엄마, 아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엄마, 아빠의 사랑에서 묻어난 관심 덕분에 저는 많은 지원을 받아 여러 경험을 하고 학습적인 면에서도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 부모님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살 수 있었던 거예요. 늘 제 곁에 계셔서 저를 돌봐 주시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엄마, 아빠께서 돌아가신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어요.

이 책에는 ‘죽음 앞에서 / 모든 그 때는 절정이다 /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 다만 그 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너나없이 시간의 덫에 갇힌 존재라는, 생명을 부여 받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소멸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라는 구절이 있어요.

돌고 도는 순환이 자연의 이치이고 때가 되면 당연히 모든 게 사라질 거란 사실쯤은 알고 있었 지만 제게도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 중에 하나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어요.

저는 엄마, 아빠께 크나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부모님께서 주시는 사랑을 다이해 못하고 어리광만 피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스민, 어디로 가니?’ 책에 나온 문장들은 시간이 좀 더 많이 지나면서 점점 마음에 와 닿을것 같아요. 지난 일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뒤늦게 깨닫게 되면서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니 아름다운 현재의 이 순간을 엄마, 아빠, 언니 이렇게 우리 가족이 함께 지내며 행복하게 보내고 싶어요.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지 못할 시간이란 걸 알게 되었기에 가족 모두가 웃으며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제가 더 노력할게요.

이 세상에 태어나 엄마, 아빠께서 주신 사랑을 스펀지처럼 다 흡수해서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될게요. 엄마, 아빠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2018.05.02
둘째 딸 은서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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