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_129

▲ 정호준 관장

우주에는 끝이 있나? 만약 끝이 있다면, 그 너머는 어떤 세계일까? 누구나 알고 싶은 의문이긴 하지만, 우주의 시작만큼이나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우주의 끝을 연구한다는 것은 “시간이란 무엇인가?”, “공간이란 무엇인가?” 등 형이상학적인 테마를 다루는 것입니다. 그런데 철학적인 접근법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른 세계관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 인간이 우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빛”을 통해서입니다. 상대성이론에서는 “진공 중에서 빛의 속도는 광원의 운동 상태와 관계없이 c로 일정하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광속도 불변의 원리” 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광속도 c는 초속 30만km 입니다.

광속도가 일정한 시공간이 우주인 것입니다. “그것이 무슨 문제인가?”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떤 관측자가 보더라도 항상 광속도는 불변” 이라는 원칙을 깨뜨리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거리나 시간에 그 여파가 미치게 됩니다. 즉, 공간이 휘어지거나, 시간이 길어지거나 줄어들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상대성이론으로 본 세계에서는, 공간과 전혀 관계없이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영원히 흐른다는, 지금까지 우리들이 가져왔던 시공간에 대한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런 정도로 우주는 지금까지 가져왔던 우리들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계인 것입니다.

이런 전제하에 “우주의 끝”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최신의 연구로 우주는 137억년 전에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것은 그 이전에는 우주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광속도는 일정하므로, 광속으로 137억년 걸리는 거리가 우주의 끝이 될 수 있습니다. 광속도는 초속 30만km로 유한하므로, 그 빛이 도달하는 거리도 당연히 유한해서, 우주에는 확실히 끝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성가시게도 우주는 팽창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 우주에서 오는 빛은 137억년이라는 시간 동안 137억 광년 거리를 여행해 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긴 여행 중에도 우주는 팽창을 계속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빛이 도달했을 때에는, 그 빛이 전해주는 것은 과거의 모습일 뿐이며, 원래 빛을 낸 장소 자체는 원래 장소에서 훨씬 멀어져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감안하면 137억 광년 떨어진 것으로 생각되는 그곳은, 사실은 470억 광년 떨어진 곳으로 추정됩니다.

더욱이 팽창우주에서는, “허블의 법칙”에서 말하는 것처럼, 멀면 멀수록 더 빨리 멀어져 갑니다. 그것이 극도로 멀어지면, 멀어져 가는 속도가 광속에 도달하거나 넘어가는 곳이 생기게 됩니다. 우리가 볼 때 팽창하는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빨라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보다 먼 천체로부터 오는 빛은 지구에 도달할 수가 없습니다. 보이는 우주의 한계라는 의미에서는, 이것도 우주의 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주의 끝”과 관련해서는 “공간상태”도 고려해야만 합니다. 말하자면 “공간 자체가 유한한가 아닌가?”라는 것입니다. 사실 과학은 아직 여기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휘어짐 정도를 나타내는 “우주곡률”이라는 것이 있는데, 현재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합니다.

곡률이 마이너스인 경우, 그것은 지구표면처럼 닫힌 공간으로, 그런 곳에서는 계속해서 똑바로 가면 언젠가는 원래의 위치에 되돌아오게 됩니다. 반대로 곡률이 플러스나 제로인 경우는, 그 공간은 무한히 퍼져나가게 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주는 시간적으로는 유한하지만 공간적으로는 무한하다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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