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영 전 광양군수 송별기념사진

한 생이 태어나 한 삶을 살아내는 일은 모두 누군가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한 생이 태어나면 그 생을 발현토록 만든 부모와 처음 만나 인연을 맺게 되고 더나가 가족이라는 연과 깊고 깊게 맺힘으로 연결되게 마련입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동네 골목을 나서기만 해도 새로운 수많은 인연들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라는 이름의 사람들과도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사람뿐이겠습니까. 새벽 찬 기운이 남아 있는 아침 바람은 해가 제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는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아직 잠기에 젖은 어깨에 머물다 떠나고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어주던 빗물도 잠시 곁에 머물다 사라질 뿐이지요. 인연이란 게 다 만나고 헤어짐의 소용돌이 속에 허우적대다 어렴풋이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온 뒤에야 자신이 바로 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의 쳇바퀴 속에서 비로소 깨달게 됩니다.

“이 세상 아무리 사소한 사물일지라도 인연으로 일어나 인연으로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없다”

용수의 <중론>에 나오는 말입니다. 인과 연은 함께 존재하는 것이며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고 연하여 반드시 만난 사람과도 반드시 헤어지게 됨을 일컫는 말이겠지요. 그러므로 부처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작은 인연이라 할지라도 하나도 헛된 것이 없다고 했고 태산처럼 무거운 인연도 종국에는 반드시 헤어짐을 말해 왔던 것이 아니겠는지요.

또한 악이 연을 만나면 악과(惡果)를 얻고 선이 연을 만나면 선과를 이루게 된다는 불교의 말처럼 사람살이가 바로 수많은 인연들과 조우하면서 때론 아프고 때론 분노하고 때론 슬픔을 겹고 때론 환희에 휩싸이기도 할 일입니다. 그러나 또 그 모든 것이 마침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니 허무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지요.

성경 전도서 첫장을 보면 다윗의 아들로 태어나 지혜의 왕으로 불리며 부귀영화를 누렸다고 알려진 솔로문의 고백이 눈에 띠지 않을 수 없습니다. 늙어 죽음을 앞둔 솔로몬은 고백합니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 사람이 세상에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보람이 있는가.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다. 해는 여전히 뜨고 또 여전히 져서 제자리로 돌아가며 거기에서 다시 떠오른다. 바람은 남쪽으로 불다가 북쪽으로 돌이키며, 이리 돌고 저리 돌다가 불던 곳으로 돌아간다. 모든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도, 바다는 넘치지 않는다. 강물은 나온 곳으로 되돌아가, 거기에서 다시 흘러내린다. (중략)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을 보니 그 모두가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고 말입니다. 모든 것을 가져본 지혜의 솔로몬도 결국 모든 만남과 헤어짐이 덧없다는 끝자락을 확인하고 난 연후에야 인연의 종국을 살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오늘의 사진은 바로 그 같은 작은 인연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1963년 3월 광양군수로 부임했다가 이듬해인 1964년 12월 10일 광양을 떠난 김홍영 군수와 동료직원들의 모습이지요.

2년여 세월을 동거동락하며 광양군정을 살폈던 이들이 군수와의 헤어짐을 기념하여 옛 군 청사 앞에서 당시 모습을 남겼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를 인연들이 그 끝자락을 다 하기 전에 남겼을 이 사진 한 장, 하지만 세상은 그 실존을 기억하고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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