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의 시민칼럼

▲ 시민신문 독자위원장

지난 5월 22일은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이었다. 1993년 생물다양성협약을 발표한 유엔에 의하면 전 세계 생물다양성의 보존ㆍ관리를 위해 제정된 생물종다양성 보존의 날을 통해 생물다양성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고 해결책 마련을 논의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우리의 식탁위에 항상 놓여 있는 과일 중 바나나를 생물종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 세계인이 먹는 99프로의 바나나는 ‘캐번디시’ 종이다. 원래 바나나는 그 종이 1천여 종에 달한다. 그중 대부분은 야생바나나로 식용에 적합하지 않다. 크기가 크고 맛이 좋은 ‘그로 미셀’종이 다국적 기업이 이끄는 대형 농장에서 바나나 산업의 주를 이루었다. 그 이면에는 기업의 수익을 앞세운 획일적인 재배방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1890년 시작된 파나마병은 바나나 농장을 휩쓸기 시작했고 1960년대 멸종해 버린다. 이 때 베트남의 한 농가에서 기르던 ‘캐번디시’종이 전체 바나나 시장을 대체한다. 그러나 이 또한 곰팡이 균에 의해 언제 멸종될지 모른다. 바나나 뿐 아니라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감자와 커피 또한 바나나와 유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생태학자 롭던은 그의 저서 ‘바나나 제국의 몰락’에서 “과학자들은 30만 종 이상의 현생 식물을 명명하고 연구했지만, 사람들이 섭취하는 열량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작물은 열두 종에 불과하며 90퍼센트를 차지하는 작물도 열다섯 종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단순한 식단에 의존하면서 지구의 형태도 단순해졌다”고 말한다.

다양성의 문제는 정치의 영역에서도 다르지 않다. 앞서 다국적기업의 이윤논리와 독점은 거대정당의 탐욕과 독식으로 나타난다. 더 늦기 전에 정치생태계의 다양성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60%가량 득표하고 90%를 싹쓸이하는 것이 옳은 제도인가? 라고 묻는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경상남도 도의회 정당별 의석분포를 보면, 새누리당은 59%를 득표하고 전체 55석 가운데 50석을 차지했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로 인해 이른바 ‘불비례성’이 심하게 나타난 것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나라처럼 선거를 하게 되면 표의 등가성이 깨지고 거대 정당 중심으로 정치가 흘러가고 그렇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정책이 중요하지 않은 정치가 됩니다. 왜냐면 대부분 지역구에서 1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번에 내가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면 열심히 지역구 관리를 해야 돼요. 국회에 앉아서 정책 토론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국회에서 부실하게 해도 괜찮아요. 우리 지역에서 열심히 인사 다니고 행사 찾아다니면서 악수 많이 하고, 이게 다음번에 내가 국회의원 한 번 더하는 방법입니다. 국회의원들이 그걸 너무 잘 알아요. 그러니까 국회에서 정책 토론할 때에는 국회의원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정책에 관심이 없어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 구시군의 장, 시도의회 의원, 구시군의회 의원, 광역의원비례대표, 기초의원 비례대표, 교육감을 선출하게 된다. 우리의 삶과 가깝게 연관된 선거임으로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후보들의 정책을 상세히 비교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후보 간 정책토론은 실종되고 외형이 강한 후보 또는 거대 정당 간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그들만의 무대를 만들고 그 싸움은 난타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문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정책선거가 실종되는 사이 군소후보 또는 약소정당의 선명한 가치가 사라져 버리고 그들의 소중한 정책이 소음에 묻혀버린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선거방식이 강한 자를 더 강하게 유지시켜 주고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권을 훔치려는 의도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오늘도 후보들은 행사에 찾아다니고, 악수하고, 거리에서 수천 번 인사하고, ‘나를 뽑아 주세요.’ 라고 목이 터져라 외친다. 정책이 실종되고 개인사생활 물어뜯기의 장이 되어버린 지방선거, 곰팡이균에 멸종한 바나나 종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대안은 없는 것일까. 우리는 베트남의 한 농가에서 키우던 바나나 종을 키우고 있는 것일까. 현명한 유권자라면 다양한 후보를 천천히 살피며 미래에 투표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6.13 지방선거, 다양성에 투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