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낙선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선거문화

▲ 이경자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그린피스(Greenpeace)는 직접 행동을 원칙 으로 내세운 20세기의 대표적인 환경운동 단체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비폭력적인 직접행동(direct action)과 과학적인 근거는 물론 여론에 근거하여 제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방식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린피스의 이러한 활동방식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으며 오늘날까지 환경운동의 원칙이 되어 인정되고 전파되었다.

나는 이번 6.13 지방선거 정의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낙선한 사람으로서 그린피스의 환경운동과 결부하여 선거운동의 문화에 대한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5월 1일부터 시작된 선거운동 기간의 치열함을 증명하듯 차안과 가방, 외투 주머니마다 후보자들의 명함이 나뒹굴고 일정표 안에는 광양시 행사요람은 물론 지인의 모임 초대 등이 빼곡했다.

길가다 마주친 사람이라면 몇 년 전에 우리 서로 알았던 사람이라고 우길 정도로 인맥동원 또한 총동원해야 했다.

행사장에서의 선거운동원은 발 빠르게 문 입구를 점거해서 우리팀 숫자가 쓰인 큰 판을 들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며, 큰 소리로 우리가 몇 번인지 알려주고 아는 지인의 얼굴을 찾으려 수십 번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야 했다.

선거운동원 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속한 팀의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한 무언의 십계명(?)에 따라 움직여지는 것이 원칙이었다.

한참 바쁜 5일장의 상인들에게는 나물 천원어치 팔아주는 것이 더 기쁨일 텐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와서 수시로 명함만 건네고 그냥 가버리니 짜증이 충만한 얼굴이었다.

가게 문을 열 때마다 “또 왔네” 라는 사장님의 짜증 섞인 말투 뒤에 “저는 처음인데요?” 라며 가까스로 내 뱉은 후보자의 말은 늘 자신이 없기 마련이었다.

사전 선거운동기간부터 시작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은 봄을 지나 초여름에 이르렀으니 1년을 기다려 온 장미공원의 아름다움에게 조차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직장인으로 살다가 이처럼 치열한 선거판에 들어와 투구와 갑옷 대신 신발끈 동여 메고 길거리로 나섰으나 결과는 낙선이었다.

소수정당인지라 거리유세에 당원들 동원도 하지 못했다. 아침 6시부터 밤 11시 까지 직접 사람 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 유일한 무기였던 나에게 거대 정당의 당원을 만나면 자존심이 무너지기 일쑤였고 다른 후보의 운동원들이 뿌리고 간 명함에 짓눌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선거운동기간을 전쟁터라고 비유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린피스의 비폭력 환경운동을 생각한다.

후보자인 내가 타인에 의한 간접적인 부탁이 아니라 유권자인 개인에게 직접 다가가서 후보자를 소개하고 한 표를 얻기 위한 자발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당과 후보자를 알리기 위한 거리유세는 일정에 따라 정해진 선거법 범위 안에서 진행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수많은 당원을 동원해 영향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길거리의 진정한 유권자 몇 사람을 위한 시도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선거운동 기간에 다른 후보자들을 모두 적으로 보아야 하는 시선을 바꾸고 당선자이거나 낙선자 이거나 우리 모두 광양을 아름답게 이끌어갈 리더자임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출마한 후보자들이 거리 유세를 할 때는 모두다 같이 참여하며 후보자의 공약과 출마의 변을 듣고 공유하며 서로의 의기를 충전해 주는 문화가 형성되면 좋겠다. 그렇다면 소수당도 힘을 얻을 것이고 출마자들의 자질 또한 판단할 수 있지 않겠는가?

끝으로 나를 비롯한 낙선자들에게 제 1회 혼불 문학상을 수상한 최문희 작가의 난설헌에 등장하는 글귀로 희망을 얻으려고 한다.

‘지름길보다는 멀리 외돌아가면 먼 길 가는 동안에 많은 것을 보고 익히고 보탬이 되는 게 아닐까요?’ (난설헌 중에서 305쪽 인용)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