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 (134)

▲ 정호준 광양해달별천문대 관장

2010년 4월 6일 “생명의 기원은 우주에서 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근거가 미국, 영국,호주, 일본 4개국 합동 연구그룹에 의해 발표되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우주인이 지구에 와서 살기 시작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생명의 기원”이란 아미노산을 말하는 것입니다. 지구상의 생명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돼 있습니다. 연구그룹이 발표한 것은, 그 생명의 소재라고 말할 수 있는 아미노산이,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과 함께 지구로 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관측결과가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흔히 영양소로 알려진 아미노산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생명체의 단백질을 이루고 있는 아미노산은 구성요소의 결합 방향에 따라 L형(좌형)과 D형(우형)으로 분류되는데, 일반적인 화학반응에서는 L형과 D형이 거의 같은 량만큼씩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유독 생명체의 아미노산에는 무슨 연유인지 L형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왜 지구상의 생명체에는 이러한 아미노산의 편중현상이 있는지가 지금까지의 커다란 의문이었습니다.

만약 우주공간에서 아미노산의 편중현상이 일어난다면, 그 원인으로 “원편광”이라는 특수한 빛에 의한 화학반응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남아프리카 서덜랜드(표고1,761m)에 설치한 IRSF 망원경과 SIRPOL 이라는 근적외선 편광 촬상장치를 이용해 편광을 탐지하는 관측을 했왔습니다. 관측 대상은 지구에서 1,500광년 떨어진 “오리온대성운의 중심부였습니다. 오리온대성운은, 별의 재료가 되는 가스와 티끌의 밀도가 높아서, “별 제조공장”으로 불리는 영역입니다. 여기에서는 여러 개의 대질량 별이나 태양과 같은 별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태양계도 이와 같은 대질량 별이 만들어지는 곳에서 탄생됐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이 영역을 관측함으로써 원시태양계의 상태를 알아내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관측 결과 아미노산을 어느 한쪽으로 편중시키는 “원편광”이라는 특수한 빛이 태양계의 400배가 넘는 광법위한 영역을 비추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이곳에는 D형 아미노산을 파괴하여 지구와 같은 L형 편중으로 만드는 원편광과, D형 편중으로 만드는 원편광 2종류가 따로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오리온대성운과 같이 대질량 별이 탄생하는 영역에는 “원평광이 넓게 퍼져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연구그룹은 원시 태양계에서도 극히 초기에 원편광에 노출된 결과, 아미노산의 L형 편중현상이 나타났고, 그런 아미노산이 운석에 부착돼 지구로 날아온 것이 아닌가 추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지금까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려는 여러 시도에서 얻어낸 연구결과와도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46억년 전에 원시 태양계성운이 탄생했고, 막 생겨난 태양은 빛을 내기 시작했으며, 그 주위에는 원시행성 구름이 만들어졌고, 거기에서 원시지구가 만들어졌는데, 지구에 처음으로 생명이 탄생한 것은, 원시지구가 만들어지고 6~8억년 지난 38~40억년 전이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운석이 원시지구에 떨어진 시기는 38~41억년 전으로 여겨집니다. 즉, 운석이 많이 떨어진 시기와 생명이 탄생한 시기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생명의 기원과 관련된 연구에서는 “아미노산은 지구상의 번개 등에 의해 만들어졌다.”라는 것이 대세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에 의해 “지구상의 생명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에 붙어서 왔다.”는 쪽으로 기울 것 같습니다.

만약 생명의 기원이 우주에서 날아왔다고 한다면, 지구 이외의 별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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