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 동조세력 척결이 우선과제

▲ 최인철 기자

상자 안에 든 썩은 사과 하나를 방치하면 얼마지 않아 상자 안에 든 모든 사과를 썩게 만든다. 경영학자 미첼쿠지와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홀로웨이는 ‘당신과 조직을 미치게 만드는 썩은 사과’라는 책을 통해 조직내부의 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썩은 사과’는 베어링 은행 파산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꼽히는 닉 리슨의 이야기다. 한 명의 썩은 사과가 한 조직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밝혀내는 게 이 책의 주목적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닉 리슨이라는 문제인물에 <동조>하거나 <묵인>하는 조직시스템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해서도 강렬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광양보건대학교 정상화 문제가 이번 6.13지방선거 기간 내내 뜨거운 이슈였다. 교육문제 가운데 대학유치가 가장 뜨거운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와중에 그나마 광양지역에 입지한 광양 보건대가 폐교위기를 맞자 폐교에 따른 도시경쟁력 약화와 지역경제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떻게 정상화를 달성한 것인가에 대한 이견은 있었지만 광양보건대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모두 동의를 표시했다. 광양보건대 학생들을 비롯해 대학내부인자들은 물론 시민들 대다수도 이 같은 정상화 의지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지방선거 이후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정현복 광양시장은 당선 직후 당선소감을 통해 “광양시장으로써 광양보건대를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전남도지사 당선자이신 김영록 전 장관께서도 약속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전남도와 연계해 김재무 후보님이 제시했던 공약을 포함한 모든 해법을 테이블 위에 놓고 가능성을 타진해 보겠다”고 밝히며 정상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집권여당인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기간 내내 팔을 걷어붙이고 광양보건대 정상화 문제해결에 나서기로 약속한 만큼 광양보건대의 정상화 가능성의 문은 아직 닫히지 않은 채 정치권과 지방정부의 노력여하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밖으로 드러난 문제가 해결돼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됐다고 광양보건대가 정상화 됐다고 말한다면 필자는 결코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 광양보건대를 이 지경으로 만든 비리사학의 주범 이홍하 일가와 이들에게 동조했거나 묵인했던 광양보건대 교수진과 대학본부 관계자 등 내부인사들에 대한 척결 없이는 실질적인 대학정상화를 일궈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썩은 사과 하나는 솎아냈지만 썩은 사과 하나가 썩게 만든, 여기저지 암암리에 숨어있는 썩은 사과를 찾아서 솎아내지 않으면 광양보건대라는 사과상자는 결코 안전하고 건강한 공간이 될 수 없다.

아니 또다시 주변 사과를 오염시키며 썩게 만들고 상자 자체를 버려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누가 썩은 사과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정확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인물은 바로 그 조직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조직 내부인자들 가운데 ‘나는 아직 썩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위로한 채 썩은 사과를 방치하거나 묵인하는 자가 있다면 그 자신 역시 언제든 썩게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썩은 사과는 반드시 솎아낸 뒤에야 그 다음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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