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책임, 피해자에게 떠넘기기 유감

최근 한 육군 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해 19일 보직 해임 조치됐다.

이 과정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성고충전문상담관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여성들은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송 장관의 발언은 남성 중심적 사고를 드러냈고, 피해여성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실언이었다.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성범죄를 당하지 않는다’는 이론은 사실상 성립이 될 수가 없다.

이는 극단적으로 말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들은 강간을 해도 된다는 뜻과 다를 게 없는 맥락이기 때문이다.

공연음란죄에 해당하지 않는 선에서의 의상은 개개인의 자유이고, 개성이며, 패션이고 나를 표현하는 정체성이다.

물론 여성, 남성을 떠나 무엇이 됐던 간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조심하는 것이 나쁠 건 없다.

하지만 성범죄는 피해자가 또는 여성이 “예방을 했어야 했다”, “예방하도록 하자”라는 생각은 확실히 “틀렸다”라고 꼬집고 싶다.

예를 들어 내가 열심히 방어운전을 하며 조심한다고 해서 자동차사고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주 간단하다.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된다.

히잡을 온몸에 둘둘 휘감고 다녀도 성범죄는 일어난다.

성범죄는 대낮, 출근길, 집 앞, 회사 등 상상도 못했던 장소에서 발생하며, 그 대상도 친했던 이웃·친구·가족·친척·연인 등 가까운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분명 어제 나와 하하호호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었는데 다음날 돌변하기도 한다.

지난 7월10일 기준 ‘성범죄자 알림e’에 고지된 성범죄자 수는 전국적으로 4099명이다.

이 중 경기도가 935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서울 632명, 우리지역 전남은 218명으로 총 17개 지역에서 8위를 차지했다.

신상정보가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공개되거나 우편으로 이웃에게 고지될 경우 취업 및 사회활동이 극히 제한되는 점, 동종전과가 없고 우발적 범죄로 재범의 위험성이 극히 적은 점을 주장해 고지되지 않은 성범죄자들도 무수하다.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우리 주변 가까이에 성범죄자가 도사리고 있다는 정보를 얻어도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게 현실이고, 공개를 했다 한들 이렇다 할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조심하라는 뜻인가? 어떻게 조심하라는 거지?’

혹시 성범죄자가 아닐까 하고 이웃사람의 얼굴을 예의주시하고 다니거나, 행여 내 아이 다칠까 직장을 멀리하며 애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성범죄자의 표적 될까봐 애꿎은 사람들이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마치 내가 조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범죄가 당연하게 일어 난 것처럼 자책하게 만드는 사회가 씁쓸할 따름이다.

성범죄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아 이와 같은 2차 피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의식개선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답은 정해져있다.
그냥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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