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_140

▲ 정호준 광양해달별천문대 관장

끝없이 떨어지는 운석과 그 흔적 크레이터, 그리고 끓어오르는 마그마로 표면이 온통 뒤덮인 “마그마 오션” 상태의 지구.

또 이어지는 재난은 산성비였습니다. 가까이 있던 소행성들이 대부분 떨어지고 충돌이 잦아들 무렵 지구는 조용해졌고, 검은 구름으로 둘러싸인 지구표면에는 햇빛이 도달하지 못했으며 소행성 충돌로 인한 에너지도 줄어들어, 지구는 조금씩 식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뜨거운 수증기가 액체로 변하여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산화탄소와 가스를 포함하고 있는 200도 이상으로 끓어오르는 뜨거운 비였습니다.

최근 환경문제로 크게 대두되고 있는 산성비와 지구 온난화는 지구 입장에서 보면 처음 겪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 지구대기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였기 때문에 이런 대기를 녹여 흡수하며 떨어지는 비는 강한 산성비였습니다. 따라서 당시에는 당연히 생명이 존재할수 없었습니다.

이때의 비는 양동이로 부어 대는 정도가 아니라 바다를 송두리째 뒤집어놓은 정도였고, 수년간 계속됐습니다. 순식간에 물은 지표면에 고여 넘쳐흐르기 시작했고 지구가 다른 행성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진화를 시작하는 요인이 되는 바다가 이렇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당시 지구표면 온도는 대략 600도 K(섭씨327도) 였으며, 뜨거운 마그마에 떨어지는 고온의 비로 인해 지표면은 수증기로 가득 찬 상태였습니다.

생명이 없는 행성에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 같이 내리는 비가 계속 됐습니다. 이런 상태는 수억 년 계속 됐다고 여겨집니다.

지구는 이런 가혹한 상태에 그렇게 오랫동안 처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무거운 금속은 지구 중심으로 빠져들어 핵을 형성하게 되었고, 가벼운 것은 표면으로 떠올라 지각을 형성하게 됩니다. 대략 8억년 걸려 지구는 이런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산성비에 이어 대두되는 문제는 100기압에 달하는 대기의 압력 입니다. “마그마 오션” 시기 지표면의 온도는 대략 1,500도K(섭 씨1227도) 정도로 고온 이었고, 모든 물은 증발해 하늘 높이 올라가 짙은 대기를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그 무게가 무려 100기압에 달했던 것입니다. 1기압은 1평방센티메터에 1kg의 압력이 가해지는 상태입니다. 우리 몸에는 항상 이런 압력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지구 대기압이 1기압 이기 때문에 인간의 몸은 여기에 적응해 진화해왔고, 이런 압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인간이 우주공간에 노출된다면 1기 압의 압력이 없어지므로 몸이 부풀어 죽게 됩니다. 반대로 수심 100m 바다 밑에 그대로 노출되어도 10기 압의 압력을 받아 죽게 됩니다.

저는 최근 칠레 북부지방에 있는 전파망 원경 66대가 운용되고 있는 ALMA 전파천문대엘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해발 5천미터가 조금 넘는 곳이었습니다.

5천미터 고도에선 대략 0.5기압이 된다고 하는데, 고산병 증세를 심하게 겪어야 했습니다. 이렇듯 대기압은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체에게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렇게 중요한 지구의 대기압이 항상 1기압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구탄생 초기 지구상의 모든 물이 증발해 대기를 구성하고 있었는데, 현재의 바닷물이 전부 수증기가 되어 하늘에 올라간 상황과 비슷할 것 입니다.

현재 바다는 가장 깊은 수심이 1만m가 넘습니다. 수심 1천m에선 100기압의 압력을 받는데, 그런 물이 대기가 되어 하늘에서 내리누르는 셈이었던 것입니다.

참고로 현재 금성의 대기는 90기 압이며 주성분은 이산화탄소이고 온도는 섭씨400도 이상이므로 원시지구와 비슷한 환경입니다.

사진은 금성의 상상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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