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처럼 소외시키고 말도 안 걸어요. 힘든 일은 일부러 신입에게 몰아주죠…” 광양의 한 매장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했던 조 씨가 6개월도 채 다니지 못하고 그만둔 이유는 일이 힘들어서도, 급여가 턱없이 모자라서도 아닌, 바로 ‘텃세’를 견디지 못해서였다.

텃세의 사전적 의미는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뒤에 들어오는 사람에 대해 가지는 특권 의식, 또는 뒷사람을 업신여기는 행동’이다.

조 씨는 “먼저 들어온 선배 아르바이트생이 이것저것 트집을 잡아 이유 없이 지적하며, 사람들 앞에서 매번 면박을 줬다. 부모님께 이 사실을 털어놓자 ‘어느 곳에 가도 텃세는 다 있다. 앞으로 사회생활은 더 힘들 텐데 걱정이 앞선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보자’라고 말씀하셔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노력했다”며 힘들었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덧붙여 그는 “너무 힘들어 도망치듯 그만뒀지만 당시 괴롭힘이 트라우마로 남아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자존감을 되찾기란 쉽지만은 않았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이 2018 ‘자존감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1648명을 대상,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절반 정도인 47.9%가 현재 자신의 자존감 상태에 대해 ‘낮다(31.3%)’ 또는 ‘매우 낮다(16.6%)’라고 평가했고, ‘높다(12.6%)’ 혹은 ‘매우 높다(4.8%)’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17.4%에 불과했다.

텃세는 이렇듯 자존감에도 관여해, 나아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큰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직장 내 괴롭힘도 한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그 예로 간호사 사회에서의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태움’이 있다.

태움이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라는 뜻으로 간호사 간의 괴롭힘, 쉽게 말해 △뒷담화 △인사 안 받아주기 △투명인간 취급하기 △일 몰아주기 △언어폭력 등 생활적·근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들을 말한다.

올해 초, 서울 A병원에서 근무하던 신입 간호사 B씨가 아파트 고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소위 ‘텃세로 인한 자살이 아니냐’는 의혹에 유족과 공동대책위는 병원 측에 태움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직접적 연관이 없다”며 “혐의 없음”으로 내사종결 처리한 바 있다.

허나 사건이후 서울 A병원은 2018년 신입채용면접에서 “올해 초 벌어진 안타까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럼 본인은 힘든 신규 생활을 어떻게 버틸 것이냐”, “선배를 어떻게 생각 하냐”, “지원할 때 주변에서 뭐라고 하지 않느냐”는 등을 물으며 B씨가 이른바 태움 문화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여 지는 부적절한 질문으로 또다시 물의를 일으켜 질타를 받았다.

위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텃세란 누구를 위한 것이며 더욱이 사수라는 명목아래 신입을 괴롭히는 일 또한 과연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우리는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못된 군기문화가 만들어낸 사회적 문제를 직시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야지”라는 생각으로 텃세를 대물림 하고 있진 않은지 스스로를 성찰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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