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 (141)

▲ 정호준 광양해달별천문대 관장

태양계에 물과 생명이 존재하는 행성이 지구 외에 더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가지 예를 들어 지구와 크기나 질량이 비슷하지만 지금도 원시지구에 가까운 가혹한 환경에 처해있는 금성에 과거엔 바다가 있지 않았을까요?

금성은 지구와 비슷한 시기에 함께 태어났고, “마그마 오션” 시대까지는 마치 지구와 쌍둥이처럼 성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고온의 산성비가 내리고, 바다까지 만들어 졌을 것으로 생각하는 학자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주 조금 지구보다 태양에 더 가까웠다는 이유 때문에 지구와는 전혀 다른 운명이 되었습니다.

태양계가 막 만들어져 태양이 아직 어둡고 현재처럼 뜨거워지기 전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점점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한 태양은, 물이 금성 표면에 머물지 못할 정도로, 금성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습니다. 물속에 녹아있던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으로 다시 빠져 나오게 되어 온실효과를 더욱 가속시켰고, 결국엔 아주 두꺼운 구름이 금성 전체를 빈틈없이 둘러싸 아주 적은 열도 우주공간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됐습니다.

이렇게 섭씨400도 이상의 온도가 조금도 내려가지 않는 상태로 바다도 생물도 없는 행성이 됐습니다. 아주 적은 거리의 차이가 금성과 지구의 운명을 전혀 다르게 바꿔 놓은 것입니다.

지구는 크기의 면에서도 운이 좋았습니다. 지구 바깥 궤도를 도는 화성이 좋은 예입니다. 화성은 직경 크기가 지구의 절반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대기를 충분히 잡아둘 인력이 부족했고, 결과적으로 농도 짙은 원시대기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에 태양으로부터 거리가 먼 이 행성을 따뜻하게 유지해줄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소행성이 충돌했을 때 생겨나는 가스와 수증기가 곧바로 얼어버리는 극한의 행성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또 태양계 탄생 초기 지구 주변에는 다량을 물을 가지고 있는 소행성들이 많이 있었고, 이 소행성들이 지구에 마구 떨어졌기 때문에 지구는 바다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행성을 이루는 바위의 분자 사이에 존재하는 물 분자가 어느 정도의 압력과 열이 가해지면 밖으로 빠져 나오게 되는지 실험을 해봤더니, 온도는 약 900도K(섭씨627도)가 넘으면 가능하고, 압력은 4만기압 이상이 되면 어떤 상태의 암석에서도 물과 가스가 100% 빠져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압력과 열을 발생할까요? 만약 직경 10km의 소행성이 초속 10km의 속도로 떨어진다면 수천 도의 열과 수만 기압의 압력이 생겨납니다. 소행성에 포함돼 있던 물과 이산화탄소가 빠져나올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수증기나 가스가 지구의 크기가 작아 중력이 약했다면 우주공간으로 전부 달아났을 것입니다. 화성이 좋은 예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지구는 아주 빠르게 커졌어야 했습니다. 지구가 현재의 약 1/5정도가 됐을 때 중력이 좀 됐기 때문인지 떨어지는 소행성 수가 늘어났습니다. 주변에 소행성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불과 5천만년만에 5배인 현재의 크기로 커졌습니다. 5천만년은 우주적인 시간으론 아주 짧은 기간입니다. 현재의 크기로 커진 지구에선 기체가 지구를 탈출하려면 초속 11.2km의 속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체는 지구를 벗어날 수 없게 됐고 대기를 이루게 됐습니다.

지구가 원시대기를 가질 수 있는 아주 적절한 거리에 위치했고 아주 적절한 크기를 가졌다는 것도 어찌 보면 우연일 수 있지만, 지구 주변에 물을 가진 소행성들이 많았다는 것도 지구에 생명이 탄생하는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