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의 케냐방문 여행기 2

▲ 이경자 광양시 정의당 여성위원장

이번 케냐 방문은 전국에서 모인 후원자 17명과 재단 소속 스텝 4명, Child Fund Kenya 직원 2명이 함께했다.

이번 방문을 위해 서울에서 2회에 걸친 교육과 프로그램을 준비 하면서 방문단 일행과 라포를 형성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첫 방문 일정은 아프리카 최대 도시인 나이로비 부근에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빈민촌을 이루는 무쿠루(Mukuru)였다. 약 100만 명 정도가 모여 사는 것으로 추산되는 이곳은 쓰레기, 범죄, 약물, 매춘 등의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곳이다.

자동차를 타고 나이로비의 은공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슬럼가를 둘러보니 물건을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도로 한가운데에서의 호객 행위는 물론 창문을 붙잡고 매달리는 경우도 있다. 어제의 두려움과 떨림에 오늘은 위험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더 보태는 순간들이었다.

무쿠루 지역에 있는 세인트 케서린 학교를 방문해 결연 아동과의 만남과 어린이 재단에서 지원하는 10대 엄마 모임에 참석했다. 자동차의 행렬이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서자 마침 영양죽을 오전 간식으로 먹고 있던 1,200명의 환호성이 우리 일행을 반겨 주었다.


이 학교는 해외 여러나라의 원조를 통해 학교 건물의 설립과 급식지원 등 을 받고 있었다. 워낙 긴급구호가 필요한 지역이 였기에 지역의 개인 사회사업가들이 일시적인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재단의 후원을 받기 위해 단체를 결성하여 등록한 후부터 구체적인 지원을 통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어린이 재단은 아동보호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아동보호 담당관의 지원과 훈련을 실시하고 아동보호를 위한 이슈를 발굴하는 사업과 2,811명의 결연을 통한 지역개발 사업에 주력하고 있었다.

즉, 케냐의 아동과 결연되어 후원하지만 이 후원 금액이 결코 아동 1명을 위한 후원금으로 사용되어지지 않고 식수 위생사업 등과 같이 지역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아동 사업에 쓰이는 것이다.

세인트 케서린 학교는 슬럼가에서 살아가는 자녀들이 대부분 이 학교의 학생이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10대 엄마들의 모임을 구성하고 비즈공예를 가르침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배운 기술로 공예품을 만들어도 판매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슬럼가에서 직장도 없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처럼 해외에서 손님이 오면 즉석에서 바자회를 열어 10대 엄마들이 만든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사업의 일환이 된 것 같았다.

작은 교실 한켠에 마련된 바자회에서 우리는 10대 엄마들이 만든 가방과 목걸이, 팔지, 귀걸이 등을 구경하며 그 곳에 있던 물건들을 모조리 구입했다. 10대 엄마들은 그들만의 기쁨을 만끽하다가 우리를 안아주거나 기습 뽀뽀를 선물 하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가 구입한 공예품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질 좋은 제품을 보다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 바자회는 아주 오랜만에 무쿠루 슬럼가에서 시끌벅적한 장터의 풍경을 연출해내었고 이들에게 약간이지만 자립의 기회를 선물 할 수 있었으니 물건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모두의 웃음을 뒤로하고 학교의 복도를 잠깐 거닐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의 큼직한 눈망울이 동시에 나를 바라보더니 교실로 들어오라는 손짓으로 연결되었다. 작은 교실에 70~80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정부의 약 40%가 교육비에 지출되고 있을 정도로 교육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케냐이다.

2003년 갑작스럽게 초등학교 무상교육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배우고자 하는 학생은 대폭 증가했지만 교사, 교과서, 학교 등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이 학교는 슬럼가 지역에 위치한 학교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범죄 노출은 물론 기본적인 위생시설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다.

온 가족이 1평 짜리 방에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전기는 고사하고 20가구 정도가 수도꼭지 1개로 생활을 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생활 쓰레기의 대부분을 처리하지 못하고 강에 버림으로 발생되는 설사병, 급성 호흡기 감염병, 장티푸스, 뇌수막염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 학교의 과제는 교육 뿐 만이 아니라 아동의 보호는 물론 생존권을 지원하고 옹호하는 사업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의 문제를 알고 나니 세계 여러나라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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