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_142

▲ 정호준 광양해달별천문대 관장

태양계 생성과 함께 지구가 탄생하고 “마그마 오션” 시기를 거쳐 바다가 만들어지면서 지구에는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지구의 생명체는 어떻게 탄생 하였을까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류 과학의 역사는 이렇게 간단한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내기 위한 시행착오를 계속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근원은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 파충류, 조류, 어류, 곤충류는 물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는 단 하나의 생명으로부터 시작됐고 긴 시간에 걸쳐 진화돼 왔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지구 생명의 기원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아쉽게도 현대과학은 그 해답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데, 거의 근접하고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17세기 유럽에서는 “헌 옷가지와 보리이삭에서 쥐가 생겨났다”고 학술지에 정식으로 보고한 생물학자도 있었습니다. 더러운 셔츠와 보리이삭을 방치한 곳에서 다음날 생쥐가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과거엔 이런 황당한 주장도 있었지만, 현재 유력시되는 두 가지 학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바다에서 생명이 탄생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생명이 운석이나 혜성을 타고 우주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우주공간에서 생명의 근원이 되는 아미노산이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현상이 최근 관측으로 확인 되었기에 “생명 우주도래설”도 신중히 검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설은 “바다 생명설” 입니다.

현재 공인되고 있는 지구상 가장 오래된 생물은 원시 박테리아인 단세포 수중생물 입니다. 호주에서 35억년 전의 세균 화석이 발견됐는데, 지구가 46억년 전에 탄생했으니 지구탄생 11억년 후에 이 화석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구가 탄생하고 제1호 생명이 만들어지기까지 대략 10억년 걸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10억년동안 지구는 마그마 오션과 산성비를 거쳐 바다를 만들며 생명이 살아갈 환경을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구탄생 6억년 후 바다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당시 지구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고, 자외선을 막아줄 오존층도 없었습니다. 지상은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반면 바다 속은 지상과 비교해 환경이 안정돼 있었습니다. 유해한 자외선이 도달하지 않는 것은 물론 번개나 우주선의 영향도 받지 않았습니다. 비록 바다가 생겨났을 당시는 수온이 높았지만 10억년쯤 되었을 때에는 지금과 비슷한 온도가 됐습니다.

▲ 아미노산의 일반적인 구조

그 당시 지상은 수소 1, 메탄가스 2, 암모니아 3의 비율인 “원시대기”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이 원시대기가 번개 방전이나 화산에 의한 열, 태양으로부터의 자외선을 받아 화학변화를 일으켜 유전자를 형성하는 DNA의 재료가 되는 뉴클레오티드나 아미노산이 생겨난 것입니다.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실험을 통해 확인된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미노산은 결국 바다에 대량으로 녹아들게 되고,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질이 높은 농도로 녹아있는 이른바 “생명스프” 상태가 됩니다. 그리곤 시간이 흘러 바다 속에서 아미노산 분자 몇 개가 모여 엷은 막으로 둘러싸인 구조를 만들게 되면서 생명이 만들어졌고 진화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류는 원시대기에서나 우주공간에서 무기물이 아미노산 등 유기물로 변할 수 있다는 것 까지는 확실히 밝혀냈습니다. 그렇지만 아미노산이 어떻게 DNA와 세포를 만들며 생명체로 변해 가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려야 알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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