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좋은 문장을 마음에 품고 살면 좋은 사람이 되는가는 몰라도 인생은 몇 개의 문장에 의지하며 사는 것 같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신경림의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라는 말은 구원과 희망의 뜻이 있어 좋다. “진리와 아름 다움은 다르지 않다”라는 말은 선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는 길이다 믿고 있다.

“평정은 허용에서 나온다”는 말은 가장 즐겁고 편안한 여행과 독서가 ‘다름’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세네카의 “바로 그 어떤 즐거움도 동경하지 않는 즐거움”이라는 말은 어렵지만 씹을수록 감칠맛이 있다. “단 정은 사고를 편협하게 만든다.”는 말은 성찰보다는 ‘내가 옳다’는 말에 거의 전부를 거는 요즘 세태에 경각심을 주는 말인 것 같다.

때로 좋은 글과 생소한 글은 긴장과 호기심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원한 오이냉국을 마시듯 생선뼈를 발라먹듯 말이다.

나는 무덥고 무력한 이때, 어릴 적 친구들과 학교를 땡땡이 치고 동천에서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하듯 무언가를 저질러 일상을 이탈해보는 버릇이 있다.

평소와 달리 7, 8월에 틈틈이 읽을 특이한 책4권을 고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칼 세이건 의 『코스모스』는 대우주의 탄생과 발전, 인류 와의 연결을 이야기한 최고의 과학책이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우주의 기원에서부터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 등 제목 그대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추적한 교양서다.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는 신앙의 원형을 밝혀낸 세기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불후의 고전이다.

구조주의자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는 브라질 원주민들을 오랜 동안 관찰한 후 “서구의 우월주의보다 벌거벗은 채로 생활하는 미개부족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복잡한 문제들을 중의를 모아 슬기롭게 해결한다”며 현대문명에 대한 강한 분노와 모든 존재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네 책 모두 500여 페이지에서 9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무거운 책들이고 난해한 내용들이다. 이번 독서는 어쩌면 이 땅에 살다가는 최소한의 예의이고 한 체중 높인 상씨름이 될 것 같다.

지금은 첫 번째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고 있다. ‘빅뱅’•‘블랙홀’•‘암흑물질’ 등 어려운 언어들을 이해하는 것 보다 온갖 비난과 조소, 종교계의 겁박, 정신적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오직 진실을 찾아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과학자가 되어가는 사람들의 열정이 참으로 아름답고 고맙다.

우주의 나이를 138억년에 다가가고, 지구의 나이는 구약이 주장하는 7천연 이내로 믿고 살다 20세기에야 1억년으로 늘려 잡다 이제 45억년을 넘어선다고 주장한다.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를 1억5천만km로 측정하고, 지구의 질량과 둘레의 길이를 재기위해 설산을 누비고 정글을 헤매는 열정이 숭고하다.

지구 판의 충돌에 의한 지각의 융기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산 정상부분에 있는 조개껍질을 보고 언젠가 바닷물이 이곳 까지 찬 것으로 믿고 ‘노아의 방주’라는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암시도 재미있다.

밥 먹고, 배설하고, 숙면하기도 버거워하는 우리의 일상에서 보면 자기 몸도 돌보지 않는 끊임 없는 실험과 밤하늘에서 별을 관찰하는 끈기에 머리가 절로 숙여질 따름이다.

생명이 탄생하고 38억년동안 인간은 지느러미와 우아한 날개, 팔다리를 기르기도 했고 알을 낳기도 했으며, 혀를 날름거리기도 했고, 털을 기르 기도 했으며, 땅속에 살기도 했고, 나무 위에서 살기도 했으며, 사슴처럼 크거나 쥐처럼 작기도 했단다.

진화의 길에서 아주조금만 벗어났더라도 해조류나 물개나 고래가 될 수도 있었다는 이야 기도 들어있다.

세상의 모든 생물은 저 먼 우주의 별들에서 온 원자라는 정말 작은 알갱이로 만들 어지고 소멸되는 까닭에 우리 몸속에는 클레오파 트라의 몸을 거친, 공자님의 몸의 일부였던 원자가 존재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과학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조상이 같고 같은 물질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다.

무엇 하나 소홀히 하고 차별할 수 있겠는가. 성인 남자 한사람의 몸에는 수소폭탄 30개 위력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옛날 사람들은 꼬리달린 별 혜성이 생명을 창조하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미래의 길흉을 혜성을 보며 예측하였을까?

어떤 사람은 겨울엔 추워서 싫고, 여름은 모기 때문에 싫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겨울엔 눈이 많이 와 좋고 여름엔 과일이 풍성해 좋다고 한다.

행복은 가능하면 좋은 쪽을 보고, 자주 보다보면 감격도 해보고, 감격이 익숙해지면 하얀 수염 길게 기른 할아버지도 만나 좋은 진리도 대화해 볼수 있지 않을까? 참 인생은 재미있다.

헉헉거리며 4일간 오른 안나푸르나 트래킹도 그랬고 두터운 책과의 삿바 싸움도 그렇다. 신통한 것은 막상 붙어보면 예상과는 달리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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