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의 케냐 방문 이야기 3

▲ 이경자 광양시 정의당 여성위원장

다음 일정을 위해 나이로비에서 카지아도 (Kajiado)까지 자동차를 타고 5시간을 이동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과 겹겹이 쌓인 지평선 그리고 푸르디 푸른 하늘과 모래 바람이 ‘바로 여기가 케냐’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보면 ‘저기 소 떼를 좀 봐’. ‘저기 낙타를 좀 봐’ ‘ 저기 얼룩말을 좀 봐’ 라고 흥분해서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핸드폰을 모두 꺼내어 사진 촬영을 시도하게 한 것은 카지아도에 가까워질수록 선명하게 보이는 킬리만자로의 모습 이었다.

누군가는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흥얼거렸고, 누군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킬리 만자로(Kilimanjaro, 5,895m, 빛나는 산, 하얀 산) 의 높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걱정했다.

우리를 안내하는 국가 사무소 직원이 오늘처럼 선명한 킬리만자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하여 우리 모두가 행운의 여신은 아닌지 착각하며 웃을 수 있었다.

케냐의 넓은 들판 한가운데에 정말 뜬금없이 우리가 머물 숙소가 있었다. 키 큰 선인장이 울타 리를 이루고 선인장보다 더 키가 큰 마사이족 아저씨가 캐리어를 끌어주는 곳, 울타리에 있는 원숭이가 아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원숭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우리의 여행 가방을 탐하는 곳이 바로 우리 숙소였다.

이곳에서 가장 주의 할 점은 따뜻한 물이 나오는 시간과 전기가 끊어지는 시간, 와이파이가 터지는 위치, 내일 아침 불이 켜지는 시간을 알아두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할 지침을 매뉴얼로 삼은 채 아주 오랜 만에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편한 잠을 잘 수 있었다.

카지아도에서 마사이 부족이 살고 있는 마을까 지는 약 25Km를 더 이동해야 했다. 자동차가 움직일 때마다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뿌연 황토 바람에 숨 쉬기 조차 힘든 그 길에는 소떼의 길 막음과 우기에 깊게 패인 땅들이 있어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물동이를 양 어깨에 메고 먼 길을 걸어 가는 아이와 여인들 그리고 초라한 양철교회들의 모습도 보였다. 자동차가 지나는 행렬이 반가 운지 소를 치던 목동이 그 뿌연 먼지 속으로 달려 들어오며 손을 흔들고 입가에 손을 대며 무엇인가 달라는 신호를 한다.

가방 속에서 사탕이라도 하나 꺼내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우리 에게 안전 수칙 1호는 절대 개인적으로 케냐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주거나 물건을 구입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마음 아픈 시간이기도 했다.

드디어 우리의 두 번째 방문지인 ‘당나귀의 움직임’이란 뜻을 가진 쿠쿠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나는 킬리만자로의 모습을 눈앞에 두고도 믿지 못해 어리둥절했었다.

하지만 쿠쿠 초등학교에 도착하는 순간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정서적 감동 앞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마을의 전통에 따라 마사이 부족의 전통의 상을 입은 마을 주민과 학생들이 춤과 노래로 환영의 의식을 해주었다.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었던 광경이기도 했지만 우리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마음이 느껴졌던 순간이었던지라 그동안의 어려움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소와 말 그리고 개와 닭, 염소가 함께 살아가는 쿠쿠 운동장의 한 가운데에서 케냐 국기 게양식과 함께 교장선생님의 인사말씀이 계셨다.

처음 10명으로 시작한 학교가 지금은 300명 정도 학생으로 늘어났고, 여학생을 위한 기숙사까지 갖추었다고 한다.

앞으로의 희망은 학교의 시설을 보수하고 남학생을 위한 기숙사를 세우며 책걸상을 교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교장선생님은 학교 건물의 보수가 필요하다고 하셨지만 내가 보기에는 다시 세워야 할 정도로 허름한 학교였다. 하지만 이 학교마저 없다면 이 아이들은 그야 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들판에서 물을 긷거나소 떼를 몰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낡은 이 학교의 건물에 정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 학교를 처음 설립한 목적도 부모들이 일할 수 있도록 어린 유치부 아이들을 돌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고 하니 이 만큼의 성장이 참으로 가슴 뿌듯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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