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이 되어서- 김민서 (용강중학교 3학년)

▲ 김민서 (용강중학교 3학년)

저는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그로 인해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31년을 살았고 저의 어머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 죄송스럽지만 과거 제 행동에 의연하게 생각하셨기에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해방된 조국에서 제가 영웅으로 추앙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동지들을 비롯하여 여러 독립운동가들이 조국을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는지 다 아는 것은 무리일 것 입니다. 그런데 그들보다 제가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동지들에게 미안합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들어 낸다.”라는 말처럼 일제강점기 때는 저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 누구라도 조국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마음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 오전 9시 30분에 저는 검은색 코트에 실크를 두른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든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을 쏘았으며 무작위로 세 발의 총알을 더 발사하였습니다. 바로 러시아 경찰들이 몰려왔으며 전 총을 버렸지만 포박 당했습니다. 10월 28일엔 일본에 인도되어 뤼순감옥 독방에 수감되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안응칠역사, 안중근소회, 동양평화론 등을 비롯한 여러 글을 썼습니다. 어머니 조 마리아는 제가 6차례에 걸친 재판 끝에 사형선고를 받자 수의 한 벌을 지어 편지와 함께 보내주셨습니다.

어머니의 편지에는 항소를 포기하라는 내용과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지만 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쓴 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조구치 조사관과의 문답 시간에서 저는 대한의군 참모장의 신분으로 이토 히로부미의 15가지 죄목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하였고 상고를 포기하고 동양평화론을 완성시키는 약속까지도 하였습니다.

침략의 원흉을 제거했음에도 제가 죽던 해에 한일병합조약이 이뤄졌고 이후 35년 동안 일제하에서 고통을 받아 광복을 맞이한 국민들은 제 죽음을 안쓰럽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가족들과 동지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건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국권침탈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게 죽는 것보다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당시 제 행동에 후회가 없습니다. 상황을 외면해 버리면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었겠지만 그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편하고 바람직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학생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신념이라든지 가치관 같은 것들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혹은 어려운 순간이 올 때가 분명히 있기 마련입니다. 그 때엔 여러분 스스로를 믿고 각자의 신념을 떠 올리면 결정한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힘든 순간들도 무탈하게 지나갈 것 입니다.현대 학생들이 과거의 사람들, 내 동지들과 독립운동가들이 선택의 순간에 조국을 위한 일에 가치를 두고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했음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누군가의 땀과 피로 지금의 내 삶이 평화로울 수 있었구나!”란 생각을 하며 여러분들의 가치관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광복 이후 조국이 남과 북으로 나뉘어졌고 한 민족임에도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니 놀랍고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름난 이들보다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이 땅이기에 더욱 절통할 따름입니다. 조상들의 피와 눈물이 이 땅엔 녹아 있습니다. 남은 한반도를 지켜내는 일은 이제 오로지 여러분의 몫 입니다. 더 이상의 국권침탈도 없어야 하며 한 민족끼리 여전히 총부리를 겨누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후손인 여러분들에게 저는 절대 부끄럽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아무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는 모습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습니다. 학생들도 미래의 후손과 마주했을 때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자랑스럽게 여길만한 무언가를 이루시길 바랍니다. 평화를 위한 과정은 절대 순탄치 않을 것이며 절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의 올바른 가치관 확립이 중요하며 국가를 위한 여러분의 희생은 누군가에겐 평화로운 앞날을 선물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희생한다는 말을 죽는다는 의미로 여기지 마십시오. 양보와 배려 역시 희생이 될 수 있습니다. 어렵고 곤란한 처지의 상황에서 나의 권리를 잠시 양보하는 그런 삶을 추구하여 훈훈한 삶을 여러분들의 후손에게 물려주십시오. 이 땅에 여러분들의 발자취를 남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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