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진(광양 중학교 3학년)

▲ 이종진(광양 중학교 3학년)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나의 성공에는 독서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는 말은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고백이었다, 어떤 분야든 크게 성공하고 일가를 이룬 사람들 중에는 뛰어난 독서가가 많은 만큼 독서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 중 하나이며 리더(leader)와 팔로어(follower)를 구분 짓는 잣대이기도 하다. 또한 지식과 정보가 절대시 되고 과학의 발전과 경제 성장이 우선인 현대 사회는 자칫 인간성을 상실할 수 있다. 상대에 대한 공감으로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책 읽기가 매우 중요하며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삶의 중요한 의미를 책에서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한다. 특히 인터넷, 영화, 텔레비전 등의 화상 매체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다양한 감각을 구체적으로 느끼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빠른 화상 매체에 적응된 21세기의 사람들에게 책 읽기는 곤욕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욱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독서를 생활화해야 한다.

조선 시대 선비들의 책에 대한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현대의 우리는 본받을 필요가 있다. 조선 정조 때의 문인, 실학자이며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와 더불어 사가시인(四家詩人)으로 중국에까지 알려진 이덕무는 오늘날 독서가 부족한 우리들의 스승이 되어줄 수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옛 어른들의 가르침을 받들어 책을 규칙적으로 읽기 위해 노력했다. 어렸을 때 시각을 익히는 일에 서툴렀던 그는 벽에 금을 그어 해가 지나간 자리를 표시해 본인 나름대로의 해시계를 만들며 매일 책을 읽었다.

햇살과 함께한 그의 책 읽기는 동쪽, 남쪽, 서쪽으로 책상을 옮겨 가며 해가 질 때까지 계속 되었다. 그런 식으로 그는 계속해서 온종일 방에 들어 앉아 책을 읽었다. 재미난 이야기가 나오면 혼자 실없이 웃고 막히는 구절이 나오면 끙끙대기도 하고 갑자기 뜻을 깨치기라도 하면 벌떡 일어나 미친 사람처럼 크게 고함을 질렀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보고 ‘간서치’라고 놀렸다. 어딘가 모자라는, 책만 보는 바보라는 말이다.

대궐에 들어가서도 그는 책에 빠져 살았다. 기존의 책을 수정·정리하고, 새로운 책을 만드는 ‘검서관’이라는 직책에 있으면서도 짬이 날 때마다 책을 읽었다. 이렇듯 그의 삶 전체가 책으로 뒤덮여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책을 대할 때마다 눈과 귀, 코, 입 등 몸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 살아 움직였다. 그와 연결된 신경과 핏줄을 건드리고, 피가 도는 그 흐름은 심장까지 전해져, 마침내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했다고 한다.

이런 태도를 지녔던 그는 책과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떠오르던 생각들을 모아 문집을 만들었다. ‘이목구심서’라 제목을 붙였는데. 글자 그대로,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생각한 것을 적어 놓았다는 뜻이다. 서자 출신이었던 그는 한 평생을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려야 했고 근심 걱정에 마음이 바람 잘 날이 없었기에 책 읽기는 그에게 행복한 시간을 안겨주었다.

심지어는 책 읽기로 질병도 고칠 수 있다고 그는 믿었다. 첫째, 굶주린 때에 책을 읽으면. 소리가 훨씬 낭랑해져 글귀가 잘 다가오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한다. 둘째, 날씨가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의 기운이 스며들어 떨리는 몸이 진정되고 추위를 잊을 수 있다. 셋째,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과 마음이 책에 집중하면서 천만 가지 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넷째, 기침병을 앓을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가 목구멍의 걸림돌을 시원하게 뚫어 괴로운 기침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이 네 가지 이로움은 그가 책에서 얻은 것이다.

배고프면 먹고, 추우면 난방 틀고, 아프면 병원 가면되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 우리들과는 너무 나도 동떨어진 말이다. 하지만 그는 가난한 시절을 책을 읽으며 얻은 네 가지 이로움으로 견디고, 견디고 또 견뎠다. 가난을 견뎌 낼 수 있었으며, 진정한 벗들과 진실 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그의 친구 유득공은 책을 읽음으로써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발해의 역사를 서술한 ‘발해고’를 저술할 수 있었다.

그의 스승인 담헌 홍대용은 중국을 다녀온 후 ‘을병연행록’ 등의 책을 저술하여 당시 중화 주의적 명분론에 사로 잡혀 있던 조선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책은 우리에게 앎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감동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깨달음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기 위해, 다양한 마음의 정서와 감동을 느끼기 위해, 나와 이웃을 되돌아보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이것은 더 나아가 개인의 발전을 넘어서 국가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의 내면은 점점 궁핍해지고 있다. 무한 경쟁의 굴레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에 대한 관심에 소홀해지고 있고 심지어는 타인을 증오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독서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닫고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추어야 한다. 규칙적으로 독서 계획을 짜고, 눈과 귀, 코, 입 등 몸의 모든 감각을 통해서 책을 내면화 시켜야 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책 읽기의 진정한 즐거움을 깨닫게 될 것이고 손에는 스마트 폰 대신에 책이 쥐어져 있을 것이다. 책 읽기를 중요시 하는 사회, 그리고 책을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 국민이 노력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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