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_147

현재 지구는 200만 년 전에 시작된 빙하기가 한참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빙하기는 육지와 바다의 화산활동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육지와 바다의 면적 변화,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변화 등의 원인으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빙하기란 대륙 크기 규모의 빙하가 항상 존재하고 있는 시대를 일컫습니다. 빙하기는 육지의 3할 이상이 눈이나 얼음으로 덮여있는 ‘빙기’라고 불리는 기간과, 빙기와 빙기의 사이에 찾아오는 비교적 온난한 ‘간빙기’라고 불리는 기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번의 200만 년 전에 시작된 빙하기는, 10만년 정도 지속되는 빙기와 이어서 1만년 정도 지속되는 간빙기의 패턴이, 이미 10회 이상 반복돼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는 약 1만5천년전에 시작된 10수회 째의 간빙기 중이라 합니다. 그 이전 빙기에는 북아메리카대륙 북쪽 절반과 유럽대륙의 북쪽 절반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빙기와 간빙기의 반복은, 생명에게는 결과적으론 고마운 것이었지만 크나큰 시련이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대규모로 얼음이 얼면 당연히 추워지고, 물이 얼음으로 변하기 때문에 해수면이 상당히 낮아집니다. 때문에 동식물이 격감하고, 먹이사슬이 붕괴되어 생명에게는 큰 타격이 됩니다. 이것만으로도 생명이 살아남기에 충분히 어려웠지만, 기후의 반복 속도마저도 빨랐던 것입니다. 10만년 단위로 기후가 크게 변하니까 생명 입장에서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응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대응하지 못하면 멸종될 수밖에 없으니까.

인류의 선조는 이번의 빙하기가 시작되었을 무렵 유인원 상태였습니다. 애초 유인원은 풍요로운 숲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빙하기가 시작되고 바다가 얼기 시작하면서 물의 증발량이 적어지고 하늘에는 비구름이 적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숲에는 건기가 찾아왔습니다. 풍요로운 숲은 그 영역이 점점 줄어들었고, 건조한 사바나 평원이 넓어져 갔습니다. 이런 환경변화 속에서 개중에는 다행히 숲이 많은 곳으로 이동한 유인원도 있었지만, 건조한 곳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유인원도 있었습니다. 또 숲 속에서도 생존경쟁이 치열해져 건조한 쪽으로 쫓겨나는 유인원도 있었습니다. 유인원은 온갖 지혜를 짜내 가며 살아남으려 했습니다. 세대를 이어가며 적응 능력도 점점 좋아졌습니다. 이런 빙기와 간빙기가 10여회 반복되면 진화가 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머리를 쓰는 유인원은 급속도로 현명 해져갔습니다.

생존을 위한 동물의 진화는 치열합니다. 기린은 높은 곳의 풀을 먹기 위해 목의 길이를 늘렸고, 사자는 사냥을 위해 빨리 달리는 능력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생물학적으론 그리 성공적으로 진화하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생존 방편으로 주변의 자연물을 잘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다른 동물도 여기까진 비슷합니다. 침팬지도 다급해지면 주위의 돌이나 나뭇가지를 던져 적을 쫓습니다. 주둥이가 무딘 어떤 새는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나무구멍 속의 벌레를 꺼내 먹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어느 순간부터 용도에 맞는 돌을 골라 쓰다가, 이윽고 용도에 맞게 돌을 깨뜨리거나 갈아 시용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그러나 만약 빙기와 간빙기의 패턴 없이 빙기가 100만년 이상 계속됐다면 유인원도 멸종됐을 것입니다. 지혜를 가진 인류가 지금 생존해 있는 것은 적절한 기후변화의 패턴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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