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진 (광양 중학교 3학년)

▲ 이종진 (광양 중학교 3학년)

대한민국을 덮친 태풍 ‘솔릭’은 한반도의 열기를 식혀주는가 싶더니 다시금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숨이 턱 막히는 뜨거운 열기를 쫓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에어컨과 선풍기를 찾았다. 에어컨의 업그레이드 된 기술 외에도 선풍기도 근래엔 우리의 편견을 깨는 날개 없는 선풍기가 출시되었다. ‘다이슨’에서 ‘선풍기는 날개가 있어야 한다.’는 발상을 뒤집은 것이다. 선풍기뿐만 아니라 청소기, 냉장고 등 사소한 물건들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형질의 물건으로 재탄생 된다.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라 새로운 발명품들이 쏟아져 나와 상상이 곧 현실이 되고 심지어 신들의 영역까지 범접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는 초기 신들의 전쟁 이후 제우스의 명을 받아 강가의 진흙을 이용해 인간을 창조했지만 그가 감쳐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어줌으로써 처음으로 인간에게 문명을 가르쳤다. 불을 도둑맞은 제우스의 분노로 프로메테우스는 쇠사슬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는다. 오늘날 인간은 프로메테우스가 전해준 불을 이용해서 문명을 발전시켰고, 스스로 프로메테우스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쇠사슬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지는 않지만 발전된 과학 기술은 사람들을 편리하게 만들었으며 후손에게 전해지는 과정에서 자신들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의 진보를 이어가고 있다. 나날이 변화되는 인간의 삶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훨씬 다양한 사회현상을 이루었다. 말을 타고 다니던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고,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던 사람들이 비행기를 이용함으로 한 시대마다의 변혁은 통째로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켰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죽음의 전염병이었던 천연두는 영국인 에드워드 제너의 종두법으로 쉽게 예방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과학 기술의 발전이 사람에게 늘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비상하던 삶이 부메랑처럼 사람들을 공격할 땐 철저히 외면당하고 가차 없이 비난당한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주인공은 과학자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명예를 위해 무 생명체를 생명체로 만들겠다는 커다란 야심을 품고 실현시켰다.

하지만 그 생명체는 태어나자마자 프랑켄슈타인에게 괴물이라 불리게 된다. 혐오스러운 외모로, 키가 2m가 넘는다는 이유로 그 생명체는 자신의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괴물은 사람들의 편견과 잔인함 때문에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비극으로 치닫는다.

18세기 후반 두드러진 고딕소설의 특징을 지닌 책이기에 한없이 음침하고 기괴하며 무시무시한 배경이 흥미롭게 소설을 읽게 한다. 복제 인간, 휴머노이드 로봇 등 인간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과학 기술의 집합체들이 조만간 등장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 단순한 재미로 프랑켄슈타인을 볼 수는 없다. 현실 속에서 비윤리적인 양심으로 탄생하는 과학기술은 비일비재하기에 세기를 뛰어넘는 시간에서 프랑켄슈타인이 던지는 교훈은 소름끼칠 정도로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중단을 포함한 ‘미세먼지 응급대책’을 지시한 가운데 신규 석탄발전소 10기를 기존 계획대로 건설하려 한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후 석탄발전소를 없애고 신규 석탄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것 자체가 역설적인 주장이다. 수소 발전소,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석탄 발전소를 고집하는 것은 발전된 과학기술의 긍정적인 면을 외면한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도 다듬고 정리하여 쓸모 있게 만들어 놓아야 값어치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른 말이다. 과학기술의 긍정적인 면이 실생활에 적용되지 않고 단점이 훤히 보이는 지름길로 내달려선 안 될 것이다. 자연과 공존하지 않고 비윤리적인 과학기술만 선호한다면 현재의 삶은 무너진다. 스티븐 잡스의 혁신이 인류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지만 그로 인한 폐해도 지적해 낼 수 있어야 하며 대비책이 마련될 때 프랑켄슈타인의 환영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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