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나름 익숙한 습관을 하나쯤 갖고 이를 벗 삼아 삶에서 의미를 찾고 무료를 달래며 조용한 자기발전을 경험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하루두시간정도 몇 가지 신문을 읽으며 다른 이들의 다양한 생각과 삶의 모습을 눈여겨보고, 작물을 기르고 뒷산을 산책 하면서 우주의 섭리와 자연의 이치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다듬곤 한다. 좋은 책들을 골라보며 지혜로운 분들과 내생각의 연결고리를 찾고 차이점도 살펴본다. 때로 더듬거리며 찾은 나의 ‘정립(定立)’이 선인(先人)의 생각에 거미줄보다 가늘게나마 찾아 맞닿았다고 생각할 때에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는 희열을 경험해보곤 한다. 16세에 『대학』을 읽고 기쁨에 겨워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깨달아 얻는 즐거움은 다른 사람이 짐작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한 서경덕의 심정에 조금은 이해도 간다. 좋은 언어들은 삶이남긴 여운과 조우하며 인식을 확장시켜주고 마음의 평화를 준다.

“선입관이 현실을 만나 깨어지는 쾌감은 세상에 자기를 개방 할 때만 누리는 복락이다.”라는 말을 대할 때에는 늙어가며 생경함과 불편함에 관심을 두고 뒤척이다 그 뒤에 알밤처럼 숨어있는 짜릿한 쾌감을 경험하는 최근의 내 삶에 신뢰를 가져 보기도 한다. “과학과 이성이 인간의 역사에서 미몽과 부도덕을 지우며 진리와 인식을 확장해왔다.”는 말에 서구중심 기독교 근본주의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믿음을 전제하지 않는 것은 오만이며 이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태만이다.” 라는 말에 옷깃을 여미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몸의 건강을 위한 가장 축약된 표현이 ‘제철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라면 2천 년 전 가르침을 편식(오로지 성경읽기)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지 못하며 교학상장(敎學相長: 가르치고 배우면서 상호성장)이나 청출어람(靑出於藍: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 이라는 학문정신에도 맞지 않다는 생각도 해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화산이나 지진, 척박한 환경이주는 시련 같은 자연의 재난에 고통 받는 민족은 신에 의존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외세와 인간에 시달린 백성은 성인(위대한 지도자)을 그리워한다고 믿고 역사에서 이를 확인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내 마음에 깊이 각인되는 말은 “박애와 편애의 차이는 체력에 있다.”는 말이다. 나를 포함한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보면 나이가 들면서 옳고 그름의 자기 판단에 과민해하고 조금 참으면 될 일에도 쉬 짜증을 내는 것은 분명 체력의 쇠함에서 오는 현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장자내편』을 펴낸 김정탁 교수는 <장자 내물편>에 실려 있는 ‘오상아’(吾喪我: 내가 나를 초상 치르다)라는 어휘에서 깨달음을 얻어 장자가 말한 ‘차이를 강조하는’ 작은말(小言)과 ‘다름을 인정하는’ 큰말(大言)을 구분하고 “암 환자에게서는 작은 차이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소언)하거나 조미료를 섞은 과잉언어를 사용하는 언어적 특징이 뚜렷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여 세계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한다. 이 또한 몸이 약해지면서 평정심이 흔들려 마음이 편협해진 결과일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충’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 심청이는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갔다. 이러한 대의명분이 아니라도 작가 헤밍웨이나 팝계 여왕 휘트니 휴스턴 등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았다고 평가받고, 세계인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혹자는 멜랑꼴리(장기적이고 흔히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 구슬픔) 라는 단어에서 그 연유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자기의 존재이유를 찾고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어떠한 좌절과 고난은 견디어도 목표의 상실이나 무료는 못 견디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러한 연유로 즐거운 일은 죽음도 넘어선다고 확신하며 살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말을 장황하게 할 수 있는 상대이다.”라고 말했다. 문자 메시지와 카톡으로 퍼 나르는 좋다는 말들의 홍수 속에서 따뜻한 얼굴로 내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그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론 두터운 몇 권의 책을 읽는 것 보다 열심히 사는 친구한테서 온 문자하나가 잠시나마 나를 웃게 하고 긴 여운을 남길 때 도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오랜 세월 전해오는 격언이나 속담, 모두의 삶속에서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말들과 함께하는 삶은 즐거움을 주고 실수를 줄여준다. 존드라이든은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 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고 했다. 똑같은 말에도 가슴 설레어하며 인생의 좌표로 삼고 살아가는 것은 분명 덕이고 축복이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