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제영화제 탐방기

각국에서 출품한 수백편의 열정

제 23회 부산 국제영화제가 부산해운대구에서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의 대장정이 막을 올렸다. 매년 가보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생각에 그치고 말았는데 올 해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현장연수’의 기회가 주어져 다녀올 수 있게 됐다. 개막작 ‘뷰티풀데이즈’ 를 시작으로 이번 영화제에 참가한 여러 나라의 수 백편의 영화를 선택해서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그 중 ‘아시아영화의 창’부문에 출품한 난디타 다스 감독의 인도영화 ‘만토’는 실제 인물인 만토라는 작가의 생애를 다룬 영화다. 인도로부터 독립한 파키스탄이 탄생하던 그 혼란의 시기 ‘뭄바이’를 떠나 파키스탄으로 이주한 만토는 논쟁적으로 쓰던 글의 출판이 여의치 않게 되자 주독에 빠져들고 인생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영화를 만든 감독은 인도의 유명한 여배우이기로 하다.
그는 배우보다는 ‘감독’으로 불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현장연수에 참여해 무엇보다 보람 있었던 것은 영화가 끝난 후 감독과 인터뷰를 통해 보다 영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난디타 감독은 영화란 게 여행과 비슷하다고 말했고, 다음 여행은 한국영화 ‘크로싱비욘드’로 이어졌다.

‘크로싱비욘드’는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출품한 이승준 감독의 영화로, 스포츠의 가치는 경쟁이 아니며 올림픽의 가치는 승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말했다. 인간이 자신의 경계를 뛰어넘는 순간 꽃이 핀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국적, 인종, 성별, 종교 그리고 지역적 한계를 넘으려는 다양한 선수들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아프리카 가나 선수가 추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투혼 하는 모습, 한국의 입양아가 아이스하키선수가 돼 한국이 싫었지만 이해하게 되는 과정, 그 속에서 따뜻한 한국을 실감하는 장면은 감동 이상의 감정이 다가왔다.

이외에도 보고 싶고 세계 곳곳의 영화들과 만나고 싶었던 감독들이 많았지만, 빡빡한 일정 때문에 아쉽게도 내년을 기약했다.

▲ 전양준 집행위원장과 함께

전양준 집행 위원장과의 짧은 만남

일정 마지막 날 부산 국제영화제 전양준 집행위원장의 인터뷰에서 영화제를 개최하기까지의 힘들었던 점과 보람 있었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1996년 6명의 창설자를 시작으로 2000년 중후반에는 메이저 영화제로 도약해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영화제를 집행하는 쪽과 지자체장과의 입장의 차이였다. 집행위원장은 영화의 ‘작품성’을 중점으로 뒀고, 지자체장은 흥미위주의 영화로 ‘대중성’을 이야기 했다. 합의되지 않은 문제점, 이 갈등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고 한다.

올해는 무엇보다도 진정한 영화인들의 화합, 영화축제 본연의 기틀을 갖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했다. 관객들의 몫은 영화를 선택하여 관람하면 되지만 이렇듯 준비하는 주최측의 어려움이 있기에 관람의 즐거움이 가능하다는걸 새삼 느끼게 하는 말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현장연수 덕분으로 행복한 3일을 보내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게 됨에 감사하다. 내년에도 난디타 다스 감독의 말처럼 영화제 기간에 맞추어 주변에 텐트를 치고 30여 개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