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 (149)

▲ 정호준 광양해달별천문대관장

46억년 지구의 역사 중에서 우리 현대인의 역사는 불과 10만년 정도 입니다. 공룡의 생존기간은 대략 1억8천만년으로 인간보다 훨씬 오랜 기간 동안 지구에 살았으니,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라고 자만하는 것은 속단이 아닐까요? 그러면 인간은 언제 나타났을까요?

인류 탄생은 생물학 상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생물 역사의 단편을 모아 조금씩 연결고리를 찾아냈고, 드디어 인류 진화의 과정을 어느 정도 도출해 냈습니다. 그러나 아직 여러 학설이 엇갈려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이 남아있기는 합니다.

1974년 이디오피아에서 발견된 원인(원숭이 인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화석은 많은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 화석은 약 320만년전의 것으로 추정되며, 뇌의 용적은 400cc 정도로 적었고, 신장은 120cm, 몸무게는 27kg으로 작았지만, 40% 정도 남아있던 골격으로부터 직립보행을 했다는 것을 알았으며, 더욱이 주변의 화석으로부터 가족을 구성하고 있었다는 것이 판명됐습니다. 320만년전의 이 화석은 그 때까지 발견된 어떤 원인(원숭이 인간)보다 오래됐기 때문에 인류의 직계 선조로 인식됐습니다.

아파렌시스 화석은 여러 개체가 발견되었는데,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루시(Lucy)라는 이름의 화석입니다. 이디오피아의 아파르 지역에서 발견되었는데, 조사원들이 조사 기간 동안 밤에 쉴 때 캠프에서 자주 들었던 곡이 당시 유행했던 비틀즈의 노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Lucy in the sky with diamond)”였기에 “루시”라고 이름 붙이게 되었답니다.

이들의 외모는, 루시를 비롯해 동료의 두개골 부분의 완전한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머리가 작고 얼굴이 컸던 것 같아 침팬지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다리는 짧고, 발은 컸던 것 같아, 걷는 모습이 현대인과는 상당히 달랐을 지도 모릅니다.

루시가 살았던 당시의 아프리카 동부는 초원이었습니다. 강렬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피부는 검은색이었을 것입니다. 불이나 도구를 사용했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아, 요리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골격은 아니지만, 가족이 함께 살았던 것으로 보아, 상당한 수준의 의사소통은 가능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논란은 있습니다. 2016년 보도에 의하면 루시가 삶의 대부분을 지상이 아닌 나무 위에서 생활했다는 것입니다. 루시의 어깨뼈 특징이 침팬지와 더 가까워 나무타기에 능숙했고 반대로 하반신은 인간과 비교해 걷기에 능숙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루시가 직립보행을 한 것은 맞지만 장거리를 걸어 다니기에는 제한적이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또, 루시의 뼈의 CT스캔 사진의 분석을 통해 루시는 추락사를 했다는 것입니다. 루시는 포식자를 피해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했고, 12m에 달하는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는 것입니다. 320만년 전 원숭이 같은 인류의 조상이 나무 위에서 떨어져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 단서를 남긴 것입니다.

루시의 직계 자손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들은 대략 100만년 전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 시대가 되면 다른 종류의 유인원 “호모 에렉투스”가 등장하며, 한층 진화한 지능을 사용해서 세계를 석권해갑니다. 납작코를 가진 호모 에렉투스는 아프리카를 떠난 최초의 인간이었습니다. 170만년 전에서 10만년 전에 아프리카, 아시아, 시베리아, 인도네시아 등에 걸쳐 생존하였습니다. 그들은 뗀석기로 매머드와 같은 큰 짐승을 사냥하거나 가죽을 벗기고 살점을 잘라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것이고, 고기를 불로 익혀 먹음으로써 단백질을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여러 변화는 그들의 두뇌가 발달할 수 있는 좋은 조건으로 작용했을 것이며, 그들의 두개골 용적이 1,000cc 전후로 커진 점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지난 수백만 년간 지구는 따뜻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루시와 현재의 우리는 거의 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인류의 진화가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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