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철 기자

귀를 닫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 들려오는 어떠한 비판에도 모르쇠로 버티는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칭찬이라도 해야 할 지경이다. 비판을 대하는 광양시의 행정행위에 대한 이야기다.

로마황제 케사르의 초상화가 그려진 돈은 케사르의 것이니 그에게 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리라고 했다. 예수의 말이다. 물론 여기에서 종교적 해석과 판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문장그대로의 뜻을 살피기 위함이다.

예수의 이 말을 달리 말하면 쓰임이 정해진 곳에 그 쓰임에 합당한 것을 사용하고 그 정해진 쓰임이 아닌 곳에 그 쓰임을 하는 행위는 합당하지 않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들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사립유치원 혈세 낭비문제도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세금을 그 쓰임이 정해진 곳이 아닌 곳에 사용하면서 파생된 일이다. 더나가 쓰임이 정해진 지원금을 쓰임에 맞지 않게 쓴 행위에 대해 반성은커녕 오히려 비판에 억울해하고 폐원과 원아모집중단 등 갑질보복에 들어간 원장들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이러한 연유로 당연하다 할 것이다.

기자는 지난 4월 광양읍발전소주변지역지원사업추진위원회가 CGN율촌발전소 등 관할구역 내 발전소의 일반지원금 일부를 지원사업의 취지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올해년도 사업계획 가운데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의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이 상당하고 무엇보다 시 예산이 투입돼야 할 사업에 지원금을 사용하는 등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올해년도 수입지출 현황을 살펴보면 농로포장공사나 배수로설치공사, 보행자도로설치공사 등에 상당규모의 지원금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어버이날 경로위안행사에 3천만원, 시민의 날 행사에 3천만원이 매년 사용됐고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광양숯불구이축제 등 광양시 예산이 투입되나 추진위원회가 축제 전반을 계
획하고 실행하는 행사에 주변지역 지원금 2천만원, 재경향우회 교류행사 명목으로도 지원금이
쓰였다. 올해년도 행사지원금의 총액을 합하면 약 9천만 원에 이르는 규모다.

시민사회단체가 나서서 시책사업이나 행사지원사업 등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과 전혀 관계되지 않는 분야의 지원금 지원을 부당하다고 매년 수차례 지적해 왔으나 광양시정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음은 물론 개선의 여지조차 없는 모습이다.

주변지역 지원금이 지원사업과는 관련 없는 선심성 행사지원 등에 사용될 경우 그 만큼 지원금의 혜택을 누려야 할 주민들에게 불이익이 갈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 케사르의 것을 케사르에게 돌려주지 않은 경우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은 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는데 목적이 있고, 그것이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의 취지다. 피해지역 주민들과는 별반 관련이 없는 사업이나 특정단체에 막대한 사업비를 지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로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당연히 시 예산이나 관련단체 예산으로 충당돼야 할 사업에 ‘광양읍 발전소주변지역지원사업추진위원회’의 이름을 빌어 지원금을 사용하는 꼼수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법률에 따르면 발전소 지원금은 소득증대사업, 공공·사회복지사업, 육영사업, 주민복지지원사업), 기업유치지원사업, 전기요금보조사업, 그밖에 별도 지원사업이 있을 수 있으나 그조차도 지원사업 목적에 맞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법은 케사르의 것은 케사르에게 주라고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이는 케사르의 것을 케사르에게 돌려주지 않고 주머니에 든 돈을 제 것 마냥 사용하면 안 된다는 채근이기도 할것이다. 부정과 비리가 결합되지 않았다 하여 목적에 맞지 않는 지원금 사용을 옳다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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