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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의 마지막 ‘배목수’ 강학순 씨“먹고 살 길이 없는데, 누가 하겠습니까?”
주아라 기자  |  jje30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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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6  09: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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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융합기술 발달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직업군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고용 구조는 우리에게 편의를 주지만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 사라지는 형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진월면 망덕포구에서 3대째 40여 년 동안 오직 배만 바라보며 한 평생을 살아 온 ‘배 목수’ 강학순(63·남) 씨는 시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희망이 없다’, ‘이 일은 길이 없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 ‘배목수’강학순 씨

▶언제부터 배를 만드셨나요?
◁“내가 56년생인데, 18살 때부터 배를 만들었어. 40년 넘었지 싶어. 내가 3대째거든.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배를 만들어 왔으니까, 한마디로 이제 내가 마지막인기라. 만들어 달라는 사람도 없고, 배울 사람도 없으니 이젠 내가 끝이지 뭐”
(배를 가리키며) “이제 이런 목선(木船·나무배)은 전부 없어지고, FRP(Fiber GlassReinforced Plastic, 섬유 강화 플라스틱)선으로 바뀌었어. 그래서 더 답이 없어. 뭐 사라진다는 게 안타깝긴 하지만 별 수 있나”

▶그간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어릴 때 고생을 참 많이 했지. 부산에서 이것저것 하다가 친구 따라 대구에서도 일을하게 됐는데, 6개월 동안 돈을 못 받고 일했어. 그러다 18살에 다시 고향인 광양으로 내려와, 배를 만드시는 아버지에게 일을 배워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 배 만들며 돈을 벌기 위해 여수, 순천, 부산, 목포 등 가릴 것 없이 객지를 돌아다니면서 아주 바쁘게 살았지”
“가끔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대구에서 일할 때 ‘월급만 잘 줬어도 내가 배는 안 만들고 있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 허허허”

▶선친과 언제까지 함께 배를 만드셨어요?
◁“아버지 연세가 64살 되던 해까지 같이 만들었나? 그 뒤론 맨날 술 드시고 다니시더니 완전히 일에 손을 떼셨지. ‘다시 객지에 나가버릴까’하는 생각이 들었어도 부모님이 여기 계시니 눈에 밟혀 안 되겠더라고”

▶배 만드는 것도 기술인데, 기술을 끝내는 게 아쉬울 것 같다.
◁“물론 기술은 기술이지. 그렇지만 먹고 살 길이 없는데 누가 하겠냐 이 말이지, 일거리가 없는데 뭐하려고 하겠어. 누가 한다고 한들 밥이나 먹고 살 수 있을랑가 몰라. 나도 이일 하나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일을 병행하면서 겨우 먹고 살고 있는데...”
“어릴 적에 누군가가 목선은 오래 못가니, 나보고 일본에 가서 다른 기술을 배우라 했었어. 하지만 여건이 안 돼서 결국 못 갔지. 아마 그걸 일러준 사람은 배 목수가 오래가지 못할 직업이라는 것을 미리 내다본 것 같아”

▶한창때는 배를 많이 만드셨죠?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가 있었지. 제철 들어오기 전 김을 할 때는 쉬는 날 없이 배를 만들었어. 그땐 아직 FRP선이 보급이 안됐었고 다 목선 이었거든. 섶을 싣고 내려가는 배도, 김을 뜯어 오는 배도 다 우리가 만든 배였을 때가 있었지”

▶요즘도 일거리가 들어오나요?
◁“목선은 10년에 한 번? 홍수가 나거나 깨지고 부서져야 주문을 해. 이제는 큰 바다로 갈 일도 없으니 더 오래 타”
“옛날엔 기계 없이 전부 손으로 다 깎아서 만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을 했어. 그래서 배 하나를 한 달씩 정성 가득 만들곤 했지.
지금 내가 말하는 옛날은 배 목수를 하겠다는 사람도 많았고, 주문량도 많던 시절이야. 지금은 시대가 변해서 더 빨리, 더 좋게 만들 수 있지만 목선을 찾는 사람이 없어”

▶나무하고 나무를 붙이는데, 배 안으로 물이 안 새는 게 너무 신기해요.
◁“그게 기술인기라. 노후!(노하우) 노후!(노하우)”

▶배 목수 중‘ 장인’도 있나요?
◁“내가 봤을 땐 없어. 나이 많은 사람들은 다 죽고 아마 없을꺼야”

▶그래도 계속 배를 만드실꺼죠?
◁“그렇지, 하여튼 이제는 내가 시마이(끝)야”

인터뷰가 끝난 뒤, 그는 수리하던 배를 마저 쓸며 정성스럽게 어루만졌다. 끝자락에 그가 뱉었던 ‘이제는 끝’이라는 말이 왠지 모를 씁쓸함을 더한다.
“앞으로 주문이 들어오기는 할까?” 손에든 애꿎은 빗자루만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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