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미국 헐리우드 영화가 세계의 영화계를 선도하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당시의 인기나 외모보다 그 사람의 얼굴이 삶의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품격이 느껴지는 사람을 고른다는 점도 있다고 한다.

나는 요즘 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외부 초빙인사들의 행복이나 이와 비슷한 내용의 강의를 빠짐없이 듣고 있다. 그런데 묘한 습관하나가 생겼다.

열변을 토하는 강사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처럼 얼굴도 건강하게 행복감으로 흠뻑 젖어 있는지를 관심 있게 살펴본다는 점이다.

『밥은 굶어도 희망은 굶지 마라.』등 수많은 행복에 관한 책을 쓰고, 전국에 걸친 대중강의로 자타가 공인하는 행복 전도사로 자임하며 국민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던 ‘최 아무개’ 씨가 남편의 거듭된 병마를 지켜봐야하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2010년 동반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 말과 일상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나는 행복에 관해 내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행복에 대한 나의 이야기가 소박하고 시시콜콜하며 식견과 인식이 깊지 못할 지 언정 일상의 생활에서 경험하지 않고 실천으로 옮겨지지도 않으며 지식을 조합하고 미사여구로 만드는 인스턴트식 행복론이 아니라 손수 경작하여 생산한 신선한 제철 농산물같은 행복의 이야기를 소망하고 산다는 점이다.

똑같이 행복지수가 높다는 두 나라이지만 정신질환자나 우울증 환자가 거의 없는 부탄이 정신질환 치료나 우울증 처방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덴마크 보다 일상에서는 더 행복할 것 같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이따금 물도 떠올겸 백운산 수련원 둘레길을 산행한다. 단풍잎이 고운 공휴일에는 백여명 이상의 사람들과 조우할 때 마다 “반갑습니다.” 하고 인사말을 먼저 건넨다. ‘오늘도 부디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라는 마음도 담아 보낸다.

오십여명 가까이 인사를 나누고 나면 가슴 뿌듯하게 벅차오르는 이 행복감을 누군가에게 이야기로 전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무심히 지나는 청년이나, 젊은 여성분들의 거리감을 두는 무표정한 얼굴과 때론 먼저 인사말을 걸어오거나 “건강한 모습 참 보기 좋습니다.”하고 화답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비교해본다.

이는 연세대 이은국 교수가 힘주어 말하는 “한국 사람들의 행복감을 결정하는 최고의 기준은 타고난 자질에 있다.”는 말의 신빙성을 확인해보기 위해 두 부류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행복감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한 스터디그룹에서 여성분들이 하느님께서 딱 세 가지만 자기들 소원을 들어준다면 무었을 말할까로 중론을 모아보았다. 갑론을박 끝에 결론이 났다.

첫째 ‘세금징수까지 끝난 현찰 10억 원’, 둘째 ‘아름다운 고급 승용차 한 대’, 셋째 ‘어떤 고급 식당도 출입이 가능한 평생이용권’으로 귀착되었다고 한다.

뒷이야기로 고급차를 이미 가진 여성 몇 분이 현찰 10억 원은 같으나 ‘평생 항공이용권’과 ‘여행을 같이 떠날 멋진 애인’을 끝까지 주장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행복에 관한 여성분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영국 사람들의 조사결과를 빌려 비교해볼까 한다. 영국 사람들은 인간이 최고의 행복감으로 충만한 순간에 대해 조사한 결론 두 가지는 이렇다. 첫째 어린아이가 모래성 쌓기를 마침내 완성하고 “야호”하고 외칠 그때의 심정, 둘째 산고의 고통을 겪고 낳은 아이를 가슴에 안은 어머니의 마음이라고 했다.

진정한 행복은 어떠한 것일까? 영국 사람들이 찾아낸 사례에는 심오한 뜻이 담겨있다. 진정한 행복은 ‘계산되지 않은’, ‘비교도 되지 않는’, ‘남에 의해 인정받고 평가 될 수 없는’, ‘오직 자기만이 느끼는’, ‘뜨거운 가슴속에서 용솟음치는 희열 같은 것’이라는 의미이다.

반대로 앞에 예를 든 여성들은 행복론자들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돈의 위력에 전부를 걸었고 스스로 일상 속에서 찾는 감정보다는 비교에 의해 남들의 부러움과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에 큰 비중을 두었다는 사실이다.

세계최고 부자라는 명예를 23년 이상 누렸고, 90조원이 넘는 부를 쌓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게이츠는 90%가 넘는 대부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애써 번 돈을 자식들에게는 왜 그렇게 적게 물려주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빌게이츠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 자식들이 삶에서 진정한 기쁨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주기 위해서입니다.” 빌게이츠가 확신하는 행복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과물이 아니라 땀을 흘리는 노력과 창의의 과정에서 스스로가 느끼는 보람과 희열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있다 뒷산에 오르면 나의 몸은 언제부터인가 습관이 된 육신의 기도를 시작한다. 엉덩이는 깨춤을 추고, 입안에는 침이 돌고, 코는 기다렸다는 듯이 벌름거리며 다양한 냄새로 구별의 능력을 찾는다.

귀는 어느새 낙엽의 노래 소리를 쫒고, 푸르름을 만난 내 눈은 조금 더 선명히 초점을 맞추며 피로를 회복해간다. 얼마의 돈을 주고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욕심도 없는 나만의 의미를 찾는 오늘 여기에서 느껴보는 재미가 주는 미소가 주름진 내 얼굴에 켜켜이 쌓여 먼저가신 부모님이 내려다보시고 “귀여운 우리 막둥이”하며 칭찬해주시길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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