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영(킹스크리스찬 고등학교 2학년)

▲ 이하영(킹스크리스찬 고등학교 2학년)

어린이들이 소풍장소로 꼽는 1위의 장소는 바로 동물원이다. 나도 어릴 적 부모님께 동물원에 가자고 매일매일 부모님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조르던 기억이 있다. 어린이날에나 갈 수 있었던 곳이 동물원이었고 그곳에는 우리가 TV나 만화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야생동물들이 있었다. 희귀종인 동물들까지 볼 수 있는 동물원은 흥미로운 장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물원에 갈 때 마다 느끼는 것은 동물들이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물원에서 내가 가장 불쌍히 여기는 동물은 북극곰이다. 흰털에 큰 몸집을 가지고 얼음 위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낮잠을 자는 북극곰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지만 실제로 북극곰을 보고 나니 안타까운 마음 밖에 들지 않았다. 가는 몸에 흰털인지 회색털인지 알 수 없는 겉모습과 추운 환경에서 살아야 하지만 물조차 충분하지 않아 헉헉대는 모습이었다. 동물원에 가면 동물들이 꼬리를 내리고 같은 자리를 뱅뱅 도는 정형행동을 보이며 먹이도 먹지 않고 축 쳐져 누워만 있는 경우가 잦았다. 게다가 동물들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나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시도 때도 없이 노출되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동물원은 동물들이 생활하기에 전혀 흡족해 보이지 않는 환경이었으며 그저 인간에게 보이기 위해 갇혀있을 뿐이었다. 지난 9월 대전에 있는 한 동물원에서 사살된 퓨마가 살았던 곳을 실제로 가 본 적이 있다. 넓은 곳에서 뛰어야할 퓨마는 어이없을 정도로 비좁고 열악한 환경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곳에서 살았던 퓨마가 사육사의 실수로 인해 열린 문으로 나간 지 4시간 만에 사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많은 실망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인간이 수익성을 위해 합리화시킨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고통을 받으며 사육되는 것 자체가 혐오스러웠다.

우리나라의 동물원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의 관리나 허가 없이 등록하기만 하면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16년 5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2017년 5월 30일부터 시행 중이지만 등록이후 정부에 제출한 계획대로 바르게 시행하는지 또는 동물원의 상태를 점검하는 제도도 없다. 안전관리 의무와 서식 환경에 대한 규정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동물들에게 의무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면적이나 시설 등에 대한 기준이 있지만 규정대로 지켜지지 않고 제도를 위반할시 처벌하는 규정도 없기에 사육면적이 충분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허술한 동물원법으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 받는 동물들을 생각하면 동물원이 없어져야 한다. 하지만 앞서 동물원 산업을 시작한 영국, 미국, 호주 등의 나라를 보면 동물원이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이기 때문에 동물원을 세우기 위한 자격을 갖추고 정부에 허가를 받아 동물원을 운영한다. 또한 동물원을 잘 관리하고 운영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기 때문에 동물들이 보다 안정된 곳에서 생활할 수 있다.

동물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멸종위기 종 동물들을 안전하게 번식시킴으로써 종 보존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동물원에 사는 동물의 수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근친교배를 통해 종 보존을 하게 되는데 새끼들은 선천적으로 약하게 태어나거나 장애를 얻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으로 종 보존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들이 돈벌이 수단이 아닌 동물들의 생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동물원을 운영하는 것이라면,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동물원이라면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물들이 야생성을 잃지 않도록 훈련시키고, 관리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사람들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도록 환경을 개선하여 동물도 행복하고 사람도 행복한 동물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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