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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힘을 돋우던 자운영내 가난한 희망에도 꽃을 피우네
최인철 기자  |  hwakae72@gyci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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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6  23: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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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은...”

이라고 써놓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상하게도 작가 공선옥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공선옥 산문집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라는 그의 산문집 때문이었을 겁니다. 노동과 문단의 중심, 그 회용돌이 속에서 튕겨나가듯 곡성 어느 작은 시골마을 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땅을 밟으며 살았던 유배지처럼 쓸쓸하고 고향처럼 평온이 찾아왔던 그곳에서의 삶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우리들 앞에 차려냈지요.

1963년 전라남도 곡성 출생.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중퇴하고 1991년 계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중편 ‘씨앗불’을 발표하며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어디 지면을 통해 “근대에 태어났지만 전근대적인 삶을 살았다”고 말하였습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유년시절 그의 아버지는 역마살을 어쩔 수 없었는지 밖으로 나돌았고 생계의 빈자리를 가득 품고 있는 고향 땅 곡성을 생각하는 일은 아마도 아픔과 슬픔, 그리움을 아주 거칠게 갈아놓은 것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이 뒤섞일 수밖에 없었지요.

대학이라고 무턱대고 입학은 했지만 곧 중퇴한 그는 이후 유행처럼 번지던 ‘현장으로’으로의 삶이 아닌 생계를 위해 공장을 떠도는 대학생 출신 생계 취업자였으며 이후 고속버스, 관광버스, 직행버스를 전전하며 안내양 생활로 식구들을 먹여 살린 가장이기도 했으니 고향을 떠나서 마주한 낯선 도시의 삶도 핍진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난했던 고통의 시간과도 같았던 고향을 떠나 마주한 이방의 세계 역시 그에게는 그리 호락호학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렇게 부딪히고 무너지면서 그는 청춘의 한때를 치열하고도 부유하듯 살아냈습니다.

그리고 부침에 겨워 아이 하나를 데리고 다시 찾아온 고향 땅에서 그는 어느 새 잔잔하게 자연과 삶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시선을 마주합니다. 그렇게 그는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의 삶을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라는 한 권의 산문집으로 품어 내지요.

유년기 추억과 가슴 아픈 기억 그리고 모자가정을 이루게 된 현재까지의 삶이 녹아들어 있는 40여 편의 글들에서 비린 슬픔을 느끼다가도 어느 사이 꾹꾹 참았던 울음이 터지고 난 뒤 불현 듯 찾아오는 주체의 객관화된 시선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자운영 꽃밭은 작가에게는 옛 기억의 아픈 요람이기도 한 동시에 옹골차게 움켜쥐고 있던 자신을 내려놓은 장소이기도 한 것이었을 테지요. 물론 자운영 꽃밭이 거칠어진 땅에 힘을 주듯이 그 땅을 밟고 선 그에게 또다시 살아야 하는 일의 희망도 품게 했을 겁니다.

오늘의 사진은 바로 자운영 꽃밭입니다. 비록 흑백사진이라 올망졸망 작고 앙증맞은 꽃을 피우는 자운영의 붉은 자태를 볼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그 시절 어느 때 우리네 농부들은 자운영을 꽃으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수없이 많은 시간을 벼를 키우거나 보리를 키우거나 감자나 고구마, 혹은 콩대를 밀어 올리는데 모든 힘을 소진한 소중한 농토를 위한 작은 영양제로 생각했습니다. 해마다 고생한 땅을 생각하는 농부의 고마움을 가득 담고 자운영을 논밭에 심었던 게지요.

그 옛날엔 퇴비를 사서 땅에 뿌린다는 걸 생각조차 못할 때였고 온 들녘을 쏘다니며 여름 내 자란 잡초를 베어다 썩히어서 거름으로 만들어 땅의 힘을 다시 돋았습니다. 그 노동 역시 농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 아무렇게나 수북이 자라나는 자운영 꽃밭은 농부들 눈에는 그보다 고운 게 어디 있었겠습니까.

사진 속에는 자운영을 키워 다시 땅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분주한 손길들이 담겨 있습니다. 삼형제 중에 막내는 자운영 꽃밭에 발목을 묻은 채 아버지와 동네삼촌, 그리고 까까머리 형님들의 노동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것도 버릇도 없이 뒷짐을 지고 있으니 참으로 맹랑한 녀석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삼형제에게도 자운영은 아픈 삶이자 고향이자 먹먹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겠지요. 땅이 키운 사람들에게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땅의 냄새와 풍경과 숨결들을 바투 알아보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땅의 말을 듣고 자란 이들은 아무래도 땅에게서 고향을 보게 되고 듣게 되고 품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옛 사람들의 지혜 역시 자운영 꽃밭을 보면서 다시 느끼게 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운영을 퇴비로 사용할 경우 벼논의 질소량이 절반 이상으로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녹비작물인 자운영을 벼 논에 살포할 경우 질소질의 함량이 풍부해져 일반 질소 비료의 사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 관계가 드러났지요.

실제 연구결과 1000㎡당 자운영 1.5톤과 2톤을 각각 넣은 벼논의 경우 비료 기준치의 50%와 20%만 넣어도 충분한 질소질이 공급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이 벼논에서 직접 자운영을 재배한 후 갈아엎고 마른 상태로 5일 이상이 지난 뒤 물대기를 해주면 벼의 활착은 물론 생육도 좋아진다는 사실도 확인됐지요.

누군가에게는 팍팍하기만 했던 지난날의 가난을, 누군가에게는 고향 땅이 전해주는 향수를, 누군가에게는 붉은 꽃망울이 바람에 기대 전해주는 이야기, 자운영 꽃밭에서 울었던 작가의 마음이 아니어도 그리 무색할 일이 무예 있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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