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학자들은 인간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늘어난 것은 전적으로 인간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룬 의술과 섭생의 결과라고 말한다.

인간 몸의 진화 메커니즘은 수명의 연장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동물의 세계가 보여주듯 건강한 몸으로 열심히 살다 스스로 몸을 유지하지 못할 때에는 누구에게도 부담주지 않고 미련 없이 죽는 것이 지구생태계에 최선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사회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어버이의 은혜는 한이 없어라.’라는 노래는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다 부양의 의무를 지우지 않고 일찍 죽어간 부모님에 대한 아쉬운 시절의 노래가 아닐까?

‘태어난 생명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누가 모르겠는가마는 나와 타의 죽음에 대한 인식이 한결같지 않고, 죽음만큼은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신으로 시작하여 세계가 6일 만에 고등동물인 인간을 시작으로 하향식으로 만들어 졌다는 성경의 천지창조론보다 하나의 단세포 생명이 만들어 지기위해 10억년을 바다와 땅을 얼루고, 다시조금 발전된 박테리아로 키우려 다시 10억년의 정성을 더 들이는 등 하등생명부터 상향 식으로 35억년의 참으로 긴 세월에 걸쳐 생명의역사가 진행되었다는 과학자들 주장에 동의하고 싶다.

나름 진리를 찾는 길은 진실의 길을 택해야 하기 때문이며 6일 만에 모두를 만들었다는 오만 함이 싫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춘기 시절 아버지의 몸을 떠난 7억 개의 정자 중에서 앞장서가 8만 5천 배나 큰 난자와 맞장 떠 동의를 얻고 탄생한 고귀한 몸이 우리 라며 웃으며 주고받은 대화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생명의 탄생은 그 유구한 시간만큼이나 정자의 수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도전과 순응, 인내와 기적의 드라마틱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신비스러운 것은 지구역사 45억년, 생명의 역사35억년 동안 창조하고 진화한 소중한 생명의 끝은 죽음으로 마무리 했다는 사실이다. 시간의 길고 짧음만 다를 뿐 태양계의 중심인 태양이 그러할 예정이라 하고, 지구와 작은 우주인 나와 내몸 안의 작은 세포 또한 그러하다. 죽지 않는 다는 암세포 또한 의지하고 사는 숙주와 운명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138억년의 우주역사는 개체의 부단한 생성과 소멸을 통해 보다 더 큰 전체의 균형과 존속을 유지해왔다는 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지구에 존재했던 생물종중에서 대부분이 멸종되었다.”고한다.

지구의 역사에서 위기는 언제나 진보로 이어 졌으며 “멸종은 희생자들에게는 나쁜 소식이 지만, 역동적인 지구에게는 큰 도움으로 작용하였다”고도 한다. 공룡이 멸종하면서 인류와 보다 가까운 덩치가 작은 포유류가 번성한 것처럼 말이다. 자연은 삶과 죽음을 상반의 관계가 아닌 천생연분, 돌조구 배필, 혼연일체라 이야기한다.

이쯤 되면 우리는 좋든 싫든 죽음을 옆에 둘 수밖에 없지 않은가.
현자(賢者)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몇마디 들어보자. 인도 최고의 지성 크리슈나무르 티의 연인 헬렌은 “사람이 죽는 방법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반영 한다.”며 삶과 죽음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정신의학자 프로이트 등 많은 학자들은 죽음을 맞으며 진통제를 거부하고 희미 해가는 의식에 매달리며 그 오묘한 순간에 서 ‘죽 음은 삶의 연장’임을 경험하려 노력하였다.

우리조상들은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위패에 깃들어 있다 하늘로 올라가며, 백(魄)은 땅속에 묻혔다 몸이 썩으면 흙으로 흩어진다 생각했다 (혼비백산;魂飛魄散). 제사는 혼에게 문안드리는 예이며 성묘는 백을 보살피는 예라고 믿었다.

그러면서도 혼백이 세상에 머무르는 기간에 한계가 있다 생각하고 제사와 성묘에 기한을 둠이 마땅하다하고 생각하며 자연에의 귀의를 믿고 마음을 비웠다. 태조 이성계가 동구릉을 스스로의 능지로 정하고 오던 중 잠시 고갯마루에 머물며 “이 제는 모든 근심을 잊을 수 있겠구나.”라고 하였다 하여 서울의 망우(忘憂)동 이라는 지명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백성의 존경을 받던 최영 장군과 맞서 위화도 회군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등 조선왕조를 건국하는 큰 대업을 달성하고도 자식들이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는 처참한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고생이 심했으리라 짐작이 간다.

위대한 영웅에게도 죽음은 근심과 괴로움을 벗어나는 유일한 통로로 여겨졌는가 보다. 책임질 용기를 갖고 인생의 다양하고 참된 과제를 충실이 실행한 사람에게는 죽음의 두려움이 가벼워진다는 이야기도 된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치켜든 것은 우리나라가 자살률이 높은 반면 죽음을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죽음의 질’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이라는 보도를 보고서다. 죽음을 생각하며, 삶 자체가 소중한 하나의 선물이라고 깨닫게 될 때 먼저 삶에 감사하게 되고 서로 돕고 사랑하게 된다고 믿고, 죽는 날 까지 ‘퇴고’하여야할 죽음이라는 주제에 징검다리 돌 하나를 놓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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