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문학 작가들이 전하는 광양이야기

▲ 허현미 까치문학 작가

꽤 오랫동안 어린이 도서실 이였던 자리, 유아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던 곳이었다. 간만의 책 대여를 하려고 들렀더니 ‘공사 중’이라고 가림막이 세워져 있었다. 낯익은 공간이 낯선 공간으로 아쉬움과 설렘이 공존했다.

마땅히 ‘뭘 할까?’고민되는 날 딸아이 손을 잡고 쉬엄쉬엄 우산 공원을 돌아 걸어가기도, 집에서 자가용으로 5분 거리인 만큼 쌩하고 들를 때도 있었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아기자기 꾸며놓은 어린이 도서실. 벽에 입체적으로 둥글게 만들어 놓은 의자에 제 몸도 둥글게 말아보고, 계단을 따라 다락으로 올라가 엎드려서, 또는 벌러덩 드러누워 맘껏 노닐다 다락에서 아래층으로 연결된 미끄럼틀 타는 재미에도 푹 빠졌던 딸아이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자유분방! 아이들의 천국이었던 어린이 도서실이 작년에 개관한 어린이 도서관인 희망도서관으로 제 본분을 위임하였다.

책 반납일이어서 들른 도서관 드디어, 가림막이 치워지고 투명한 자동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얀 벽에 걸맞게 까만 글씨로 ‘문화공간 하루’라고 쓰인 문패가 한 눈에 쏙 들어왔다. 호기심과 궁금증에 자동문을 열고 들어갔다. 도서관의 변신은 무죄라고···오래 전 방영 되어 화제가 됐던 이경규의 ‘러브하우스’에서 집수리를 마치고, 공개 전에 울렸던 배경 음악이 내 귓속에서 울렸다. 짧은 복도를 지나 입구도 들어서니 오른쪽은 안내데스크와 CD가 일렬종대로 꽂혀있고, 왼쪽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메인 무대가 펼쳐졌다. 넓은 벽면에 매립되어 있는 깔끔한 책장엔 영화, 음악, 미술, 책 등 문화관련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 앞으로 반달 모양의 메인 무대에서는 특별 클래식 공연 실황 상영이나 문화 예술을 강연하거나, 공연을 원하는 밴드나 동아리에 무대를 대관해 주기도 한단다. 무대 앞으로는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이 시대 청춘들을 위한 청춘 놀이방은 다락 공간을 활용하여 보드게임과 만화코너가 비치되어 있고 그 아래 공간은 미니당구대가 설치되어 있어 청년들 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유익한 공간이었다.

놀이방 옆으로 청량한 파란색으로 단장한 책꽂이에 레코드판을 진열해 둔 LP 감상실이 눈에 띤다. VINYL PICKS 라는 영문과 걸맞게 레코드판을 골라 직접 복합기에 넣어 헤드셋을 통해 감상이 가능하게 꾸며 놓았다. 그 옆으로 투명한 통유리 가벽 넘어 전자 피아노, 전자기타, 음악 작업 등을 할 수 있는 음악 작업실도 음악과 악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받을 공간이었다.

잠시 호기심에 분주했던 시선을 거두고, 문예지 한 권을 빼 들고 의자에 앉았다. 내 옆 기다란 탁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또 한창 흥분된 어조로 들어올 때부터 흥미진진 당구대를 종횡하던 중년의 아줌마들, 다락 위에서는 손주에게 보드게임을 함께 해주는 할머니의 모습이 다정하게 들어왔다. 흐뭇한 풍경들이었다. 곧이어 사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음악 작업실로 쏙 들어간다. 악기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참으로 건강하게 느껴졌다.

나오는 길 안내 데스크 안 쪽 한 켠에 자리 잡은 캄캄한 공간이 눈에 띄었다. 푹신푹신한 좌식 의자들 앞에 펼쳐진 시네마 극장. 매일 오후 세시 장르별 영화를 상영해 준단다. 아울러 하루 2번 2~3명에게 대관 신청을 통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행 중이란다. 복도로 나와 마른입을 축이려 정수기를 찾았다. 정수기 옆으로 미니 커피자판기와 맞으편 샛노란 의자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하루’속 미니 커피숍. 한 잔에 오백원이라는 알림글과 그 옆 하늘색 양심통이 삶의 여유를 주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문화행사나 예술 자료 모음 등 예술 특화 도서관을 목적으로 새롭게 탈바꿈한 시립도서관 문화 공간 ‘하루’. 청소년, 시민단체, 아울러 광양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깊어가는 가을, 마음을 울리는 영화 한편, 잔잔한 음악 감상, 스트레스 풀어주는 놀이방. 문화 공간 ‘하루’에서의 하루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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