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 (용강중학교 3학년)

▲ 김민서(용강중학교 3학년)

권력의 힘에 의해 굴복하고 무릎을 꿇는 것만큼 비참한 일이 있을까. 많지는 않지만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 어쩌면 내 선택이 옳을 수 있지만 단지 ‘그들’이라는 이유로 스스로의 의견과 주장을 굽히는 일이 너무나도 당연해져 권력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그 위력을 체감할 때가 온다면 몰려올 상실감과 두려움은 상상하기도 싫다.

권력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이다. 복종과 지배라는 단어들은 듣는 이들에게 위압감과 공포를 느끼게 한다. 권력이라는 공인된 힘을 단순히 자신을 포장하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남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주어진 강제 앞에 머리를 숙이게 된다면 나는 반항이나 할 수 있을까? 한없이 힘 빠지는 일이다.

윤흥길의 <완장>이라는 책에서 ‘종술’은 재산도 없고 딸은 있으나 부인은 도망을 가 노모와 사는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처지이다. 왕년에 포장마차를 할 때는 사장님 소리도 들었지만 교도소에 갔다 온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한 성질 해서 동네에서는 꽤나 유명하다.

그런 종술이 월급이 적은데도 완장을 차기 때문에 저수지 관리원으로 취직을 하게 되었다. 외출할 때 마다 완장을 꼭 그의 팔에 착용 하고 벼슬이라도 되는 냥 마을버스에서도 소동을 일으키고 저수지에 낚시하러 온 남녀 일행 중 남자에게는 기합을 주었다. 종술은 완장으로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 권력으로 착각하며 악용한다.

완장이나 제복을 착용하면 사람들은 그 완장이나 제복이 상징하는 권력을 소유했다고 착각한다. 어른들이 흔히 대인관계에서 돌리는 명함도 그와 같은 의미가 깃들여 있다. 사업상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소개하며 서로 친근함을 갖자는 의미로 돌리는 명함이지만 스스로 하는 일이 무엇이며 어떤 직위를 획득하고 있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보여주며 명함에 적힌 내용들이 그 자신임을 강조한다.
그 내포된 의미가 무엇일까? 자신을 알아달라는 것 아닐까? 어떤 사람임을 무엇을 하는 사람임을 상대에게 주지시키고 싶은 마음 아닐까?

자신들을 상징하는 무언가를 내밀 때 권력을 내세우기보다 책임감을 먼저 본분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며칠 전 우리학교에서 축제가 있었는데 무대에서 학생들의 장기자랑을 선보일 때였다. 전교생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 딱 한명만 무대에 올랐다. 그러자 학생회장이 그 친구와 같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주었다.

만약 무대에 같이 올라가 준 학생회장이 ‘회장’이라는 위치에 있지 않는 일반 학생이어도 그렇게 했을까? 물론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학생회장이라는 위치와 그에 걸 맞는 책임감이 그를 행동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학생회장은 일반 학생들보다는 학교에 행사하는 힘이 클 것이다. 그 힘은 그를 직급에 충실하게 하는 책임감으로 작용했다.

버트런드 러셀은 “인간의 욕망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과 영광에 대한 욕망이다”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권력이 주어진다면 마다할 이가 몇이나 될까? 인간이 권력을 추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인간의 권력욕은 본능에 내재된 특성이라는 결론이 났다. 권력사회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군림한다. 하기 싫은 일들, 자신이 맡은 일과 관계없는 일인데도 상호 관계의 악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굴복해야 한다면 그것은 부당한 권력이 휘두른 횡포이다.

권력의 행사가 부당하고 비인간적인데도 주눅 들어 굴복한다면 최소한 살아남기라도 해야겠다는 의지의 표출일 것이다. 언젠가 어른이 된다면 느낄 권력의 진정한 압박과 강요에 슬플 일들을 무조건 겪을 것이라는 현실이 암울하다. 완장의 허상에 눈 먼 종술이처럼 많은 사람들을 홀릴 부당한 권력은 어느 세대에나 존재했기에 그 뿌리를 거둬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위압적인 존재로 군림하며 권력을 사용함으로써 피해를 보는 약자가 속출하기 않길 바란다.

개인만이 아닌 법, 의료, 언론 등도 권력이기에 우리가 우리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며 온전히 존엄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잘못 입혀진 권력은 이제 사라져야 할 때이다. 마땅히 누구나 누려야 할 것들에 군림당할 우리가 아닌 가치 있는 존재로 살아갈 우리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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